공연/전시
- 한국인 99%가 모르는 '공생공락'의 비밀? 2025 공예주간에서 밝혀진다!
국내 최대 규모의 공예 축제인 '2025 공예주간(Korea Craft Week 2025)'이 오는 5월 16일부터 25일까지 열흘간 전국 곳곳에서 개최된다. 올해로 8회째를 맞이하는 이번 행사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원장 장동광, 이하 공진원)이 주최하며, 공예를 통해 일상의 즐거움을 나누는 축제의 장이 될 전망이다.공진원이 발표한 올해의 슬로건은 '공생공락共生工樂(Living Together, Craft Together)'으로, 공예와 함께 우리의 일상을 즐겁게 생활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공예가 단순한 창작물이 아닌 우리 삶과 밀접하게 연결된 문화적 요소임을 강조하는 메시지다.2018년 첫 발걸음을 내딛은 공예주간은 해를 거듭할수록 규모와 내용이 풍성해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에 이어 거점도시 제도를 운영하여 지역 공예의 특색을 살린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2025년 거점도시로는 ▲강원특별자치도 고성군 ▲전북특별자치도 부안군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등 총 3개 도시가 선정되었다.각 거점도시에서는 지역 특유의 공예문화와 자산을 활용한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강원 고성군은 전통 목공예와 해양 문화를 접목한 프로그램을, 전북 부안군은 지역 특산물인 누에와 연계한 실크 공예 체험을, 전주시는 한지와 전통 공예의 현대적 재해석을 주제로 한 전시와 체험 행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이들 거점도시에서는 공예주간 기간 동안 지역 공예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회, 직접 공예품을 만들어볼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 지역 공방과 문화시설을 둘러보는 투어 프로그램 등이 운영된다. 이를 통해 방문객들은 각 지역의 특색 있는 공예 문화를 깊이 있게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공예주간의 시작을 알리는 개막행사는 5월 16일 서울 인사동에 위치한 KCDF갤러리에서 진행된다. 개막식과 함께 기획프로그램 공모에서 선정된 유무형연구소의 기획전시 '미래공예'가 공개되며 축제의 서막을 올린다. '미래공예' 전시는 전통 공예 기법과 현대 기술의 융합을 통해 공예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작품들로 구성될 예정이다.공진원 관계자는 "공예주간은 공예가와 일반 시민들이 함께 공예의 가치를 나누고 즐기는 축제"라며 "올해는 특히 거점도시를 중심으로 지역 공예의 특색을 살린 프로그램을 강화하여, 보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공예 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한편, 공예주간 기간 동안 전국 각지의 공방과 갤러리, 박물관에서도 연계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며, 자세한 프로그램과 참여 방법은 공예주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덕수궁 전시, 한국판 ‘달리’ 천재 6인 총출동
국립현대미술관(MMCA)이 한국 근대미술의 다채로운 면모를 조명하는 기획 전시 '초현실주의와 한국근대미술'을 오는 4월 17일부터 7월 6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2019년 개최된 '근대미술가의 재발견: 절필시대'에 이은 두 번째 시리즈로, 20세기 한국미술사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작가들을 본격적으로 발굴하고 재조명하는 데 의미를 둔다.‘초현실주의’는 1920년대 프랑스에서 시작된 예술운동으로, 인간의 정신을 억압하는 기존 체계로부터의 해방을 지향하며 무의식, 꿈, 욕망 등 이성 너머의 세계를 예술로 구현하려는 시도를 중심에 두고 있다. 시인이자 비평가인 앙드레 브르통의 선언을 기점으로 전 세계 예술계에 파장을 일으킨 이 운동은 1920년대 말부터 국제적으로 확산되었고, 한국에서는 1930년대 말 일본에서 유학한 김환기, 이중섭, 유영국 등의 작가를 통해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전쟁, 분단 등 정치적 격동기와 맞물리면서 본격적인 전개는 이뤄지지 못했고, 한국 미술사 내에서는 주류 미술 흐름과는 다소 거리를 두고 있었다.이번 전시는 이처럼 한국 미술사에서 주변에 머물렀던 초현실주의 작가들을 주인공으로 삼는다. 전시의 중심에는 고(故) 김욱규, 김종남(마나베 히데오), 김종하, 신영헌, 김영환, 박광호 등 여섯 명의 작가가 자리 잡고 있다. 모두 생을 마친 작가들로, 평생에 걸쳐 초현실주의적 조형 세계를 구축했음에도 그동안 국내 미술 담론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한 인물들이다. 전시는 총 2부로 구성된다. 1부 ‘삶은 다른 곳에 있다’는 앙드레 브르통의 초현실주의 선언의 마지막 문장에서 차용한 제목으로, 1전시실에서 펼쳐진다. 이 공간에서는 작가가 의식적으로 초현실주의를 추구하진 않았으나, 그 사조의 유산이 자연스럽게 배어 있는 작품들을 중심으로 선보인다. 초기 한국 미술계에서 초현실주의가 어떤 방식으로 수용되었는지를 문화번역의 관점에서 살펴보는 시도로도 읽힌다.2부는 2전시실부터 4전시실까지 이어지며, 여섯 명의 초현실주의 작가들을 본격적으로 소개한다. 먼저 2전시실에서는 1930년대 일본 유학 시절 초현실주의를 직접 체험하고 이를 작품 세계에 녹여낸 김종남과 김욱규의 작품이 전시된다. 김종남의 ‘나의 풍경(ぼくの風景)’(1980)은 일본어 제목에서도 보이듯, 국적과 문화를 넘나든 작가의 정체성과 감성을 응축한 결과물이다. 김욱규는 1960~70년대에 제작한 제목 없는 유화작업들을 통해 내면 심상의 세계를 시각화하며 독특한 조형어법을 선보인다.3전시실은 욕망과 환상, 감각적 표현을 주요 모티브로 삼은 김종하와 박광호의 세계를 담는다. 김종하는 ‘선인장(生)’(1977) 등의 작품을 통해 생명과 재생, 욕망과 고통이 교차하는 초현실주의적 이미지를 구현하며, 박광호는 ‘음양(陰陽)Ⅰ’(1970년대 중반) 등에서 동양적 개념을 근간으로 한 심오한 조형 언어를 통해 내면세계를 그려냈다.마지막으로 4전시실에서는 해방 후 설립된 한국 미술대학의 1세대로서, 국내 미술 교육과 창작의 기틀을 마련한 김영환과 신영헌이 조명된다. 이들은 당시의 사회적 변화와 개인적 사유를 반영해 한국적 초현실주의의 독자적 조형 언어를 형성했다. 그들의 작품은 단순한 유럽의 양식 수용을 넘어, 해방 이후 한국 사회와 미술의 정체성을 고민한 결과물이기도 하다.전시 기간 중인 5월 17일에는 현대미술사학회와 국립현대미술관이 공동 주최하는 학술심포지엄이 열린다. 초현실주의의 국내 도입과 변용, 그리고 한국 근대미술사 내 그 위치에 대한 학문적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며, 참가 관련 세부 내용은 국립현대미술관 공식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전시에 대해 “한국 근대미술사에서 덜 알려진 작가들을 발굴하고 조명함으로써 미술사의 다양성과 입체성을 확장하고자 했다”며 “초현실주의라는 매개를 통해 새로운 미적 경험과 사고의 확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과거를 복원하는 차원을 넘어, 그동안 주류 서사에 가려졌던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현대적 시선에서 새롭게 해석하고, 한국 근대미술의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우리의 몸에는 타인이 깃든다'展 장벽 없는 예술, ACC에서 시작!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이 문화 향유의 장벽을 낮추고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예술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2025 ACC 접근성 강화 주제전-우리의 몸에는 타인이 깃든다'를 오는 17일부터 6월 29일까지 ACC 복합전시6관에서 개최한다.ACC 개관 10주년을 기념하여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장문원)과 공동 기획한 이번 전시는 '배리어 프리(barrier-free, 무장애)'를 단순한 보조 수단이 아닌 예술의 한 장르로 승화시킨 혁신적인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예술로 자유롭게 넘나들며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이번 전시는 문화 예술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전시 제목은 김원영 작가의 저서 '온전히 평등하고 지극히 차별적인'에서 영감을 받아 "우리의 몸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구성된다"는 깊이 있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영향을 받는 우리 존재의 본질을 성찰하며, 다양성을 존중하고 포용하는 사회적 가치를 강조한다.전시에는 국내외 작가 5팀이 참여하여 무장애, 참여, 상호작용 예술을 주제로 한 다채로운 신작과 대표작을 선보인다. 엄정순 작가는 시각장애 학생들과의 협업 프로젝트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한 '코 없는 코끼리 no.2'를 통해 이주민들의 서사 속 차별, 혐오, 결핍 문제를 심도 있게 조명한다. 이 작품은 사회적 소외와 차별의 문제를 예술적 언어로 승화시켜 관람객들에게 깊은 공감과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해미 클레멘세비츠는 청각과 시각의 교차 감각을 탐구하는 신작 '궤도(토토포노로지 #4)'를 선보이며, 송예슬 작가는 비시각적 예술을 구현한 대표작 '보이지 않는 조각들: 공기조각'과 신작 '아슬아슬'을 통해 관람객들의 감각적인 참여를 유도한다. 이 작품들은 시각에 의존하지 않고 촉각, 청각 등 다양한 감각을 통해 예술을 경험하도록 함으로써, 예술 감상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다.아야 모모세는 이번 전시에서 소통의 어려움과 신체적 거리감을 탐구하는 두 작품을 선보인다. 영상 작품 '소셜 댄스'는 수어를 음성 해설로 변환하여 청각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작품을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했으며, 특히 최덕희, 구지원, 서수연 등 유명 성우들의 더빙 참여는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 관람객의 몰입을 돕는다. 퍼포먼스 '녹는점'은 예술가와 관람객이 서로의 체온을 느끼게 하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퍼포머가 관람객에게 자신의 체온과 동일한 온도의 물을 건네는 행위를 통해, 언어와 문화를 초월한 직접적인 교감을 시도하며 예술을 통한 소통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김원영, 손나예, 여혜진, 이지양, 하은빈 작가가 함께 선보이는 '안녕히 엉키기'는 단순한 전시 작품을 넘어, 예술을 매개로 한 소통과 공감의 장을 마련한다. 지난 2월 동명의 워크숍을 통해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참여자들의 경험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전시 형태로 확장되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이러한 의미를 더욱 깊게 하고자, 오는 4월 24일부터 26일까지 광주 지역의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대상으로 동일한 워크숍을 추가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워크숍을 통해 예술적 경험을 공유하고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며, 사회적 연결망을 강화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이번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은 접근성 향상을 위한 다양한 물리적, 정보적 장치들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는 점이다. 어린이와 시각장애인을 위한 촉감바, 촉지도, 촉각 타일을 비롯하여 쉬운 음성 해설, 점자책, 게임형 오디오 가이드, 어린이용 교구재 등이 제공된다. 또한, 현장에는 접근성 매니저가 상주하여 관람객들의 전시 이해를 돕고 편안한 관람 환경을 제공한다.전시 개막일인 17일에는 ACC와 장문원이 전시 및 공연 콘텐츠 접근성 강화를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한다. 이번 협약을 통해 양 기관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문화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협력할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6월 말 종료 후, 오는 7월 23일부터 8월 22일까지 서울 장문원 산하 '모두미술공간'에서 순회 전시로 이어질 계획이다.김상욱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전당장 직무대리는 이번 전시에 대해 단순한 접근성 향상을 넘어 장애 예술인들의 창작 활동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중요한 발걸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전시가 장애 예술인들의 역량을 더욱 강화하고, 그들의 예술 세계를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앞으로도 모든 사람이 차별 없이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번 전시를 통해 ACC가 문화 향유의 문턱을 낮추고,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데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임을 시사한다.ACC는 2022년부터 촉각 작품 제작, 수어 콘텐츠 확대 등 다양한 접근성 강화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번 전시와 연계하여 시각장애인을 위한 '터치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며, 다음 달 13일 광주광역시시각장애인연합회와 협력하여 첫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ACC의 지속적인 노력은 문화 향유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 도시 광주를 만들어가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 스페인 '광기 예술 서울 상륙..해외초청작 '사랑의 죽음'
국립극장은 오는 5월 2일부터 4일까지, 스페인의 예술가 안헬리카 리델의 첫 번째 내한 작품인 해외초청 연극 '사랑의 죽음. 피비린내가 떠나지 않아. 후안 벨몬테(Liebestod. El olor a sangre no se me quita de los ojos. Juan Belmonte)'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고 15일 밝혔다. 이 작품은 리델의 독특한 예술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로, 그만의 철학과 감성을 담아낸 강렬한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안헬리카 리델은 스페인 출신의 작가이자 연출가, 배우로 활동하는 예술가로, 그의 연극은 인간 존재와 예술의 본질에 대한 깊은 탐구를 특징으로 한다. 리델은 인간의 위선과 합리적 이성의 질서를 강하게 비판하며, 예술을 통해 관객에게 불편함과 충격을 주고, 외면하고 싶은 진실을 마주하게 한다. 이러한 접근은 그가 만든 작품마다 강렬한 미장센과 자기희생적인 퍼포먼스를 통해 관객의 마음에 깊은 인상을 남긴다.'사랑의 죽음'은 벨기에 엔티겐트 극장 상주 예술가이자 연출가 밀로 라우가 기획한 연극 역사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으로, 2021년 아비뇨 페스티벌에서 초연됐다. 이 작품은 스페인의 전설적인 투우사 후안 벨몬테와 바그너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 중 'Liebestod(사랑의 죽음)'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리델은 두 가지 소재를 자신만의 예술적 시각으로 결합하며, 인간 존재와 예술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는 "후안 벨몬테가 투우를 하듯, 내가 연극을 만든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작품에 대해 "사랑에 빠진 불멸의 여인이 스스로 제물로 바치는 희생제"라고 설명했다.리델의 예술은 단순히 공연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의 작품은 끊임없이 인간 본질과 예술적 진리를 탐구하며, 관객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사랑의 죽음'에서 리델은 잔혹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이를 비판하는 메시지를 작품에 담고 있다. 제목에 등장하는 '피비린내가 눈을 떠나지 않아'는 영국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이 고대 그리스 비극 시인 아이스킬로스의 한 시행을 변형해 자주 사용했던 문구에서 차용한 것으로, 리델이 작품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본질을 잘 보여준다. 이 작품에서 눈에 띄는 것은 현대미술을 연상케 하는 강렬한 미장센이다. 노란빛의 광활한 투우장을 연상시키는 무대 위에는 거대한 황소 오브제와 소의 사체 등 전위적인 시각 요소들이 등장해 초현실적인 이미지를 자아낸다. 이와 함께 오페라와 대중음악 등 강렬한 배경음악이 관객의 청각을 자극하며, 작품의 몰입감을 한층 더 높인다.리델은 자신의 예술에 대해 "나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과 명예가 아니라 오직 관객이며, 그것이 내 인생의 구원"이라며, "관객이 작품을 받아들이고 그 깨달음을 행동으로 옮긴다면, 나는 엄청난 만족감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관객과의 교감을 중요시하며, 작품을 통해 관객이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행동할지에 대한 기대감을 표현했다.이번 공연은 스페인어로 진행되며, 한국어 자막이 제공된다. 이는 다양한 관객들이 작품의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또한, 공연이 끝난 후에는 작품의 프로듀서이자 출연배우인 구메르신도 푸체와 출연배우 파트리스 르 루직과 함께 '관객과의 대화' 시간이 마련된다. 이 시간을 통해 관객들은 작품에 대한 깊은 이해를 얻고, 리델의 예술적 철학에 대해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안헬리카 리델의 연극은 그동안 유럽을 중심으로 큰 주목을 받아왔으며, 그의 독특한 예술 세계를 한국에서 경험할 수 있는 이번 기회는 매우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국립극장은 리델의 예술을 통해 한국 관객들에게 새로운 시각과 깊은 사고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 문체부, 제3회 도서관의 날 기념식 개최... 유인촌 장관 '지식의 터전' 강조
문화체육관광부와 국가도서관위원회는 오는 12일 오전 11시 국립중앙도서관에서 '꿈을 키우는 씨앗, 도서관에 묻다'를 주제로 제3회 도서관의 날 기념식을 개최한다. 도서관의 날은 국민들에게 도서관의 가치를 알리고 이용을 촉진하고자 2023년에 법정기념일로 지정되었다.이번 기념식에는 유인촌 문체부 장관이 참석하여 행사를 축하하고 관계자들을 격려할 예정이며, 온라인으로도 생중계된다. 행사에서는 도서관 발전 유공 포상과 '오늘도서관가봄' 캠페인 선언식, 다양한 공연과 강연, 체험행사 등이 진행된다.올해 도서관 육성 발전 유공자로는 6개 분야 개인 18명과 단체 3개가 선정되었고, 제4차 도서관발전종합계획 시행 우수기관으로는 중앙행정기관 3개와 지방자치단체 8개 기관이 뽑혔다. 또한, 국가 문헌 유산을 후대에 전승하고 보존하기 위한 납본제도를 성실히 이행한 문학동네, 한빛미디어, 현대문학 등 우수 납본 출판사 3곳에도 포상이 수여된다.기념식에서는 '오늘도서관가봄' 캠페인 선언식을 통해 전 국민의 도서관 이용 활성화라는 메시지를 전국적으로 확산할 계획이다. 또한 문학과 음악을 연결한 융·복합 공연으로 공상과학(SF) 소설가 배명훈 작가의 강연과 인공지능(AI) 작곡가 이봄(EvoM)의 피아노 연주 협연 등이 진행된다.국립중앙도서관 야외마당에서는 다양한 체험행사가 마련된다. 야외독서(북크닉), 책과 함께 노는 보드게임, 인공지능 기반의 도서관 서비스 엿보기, 360도 3차원 도서관의 날 기념사진 촬영, 책 만들기, 도서관 문화예술 동아리 작품 전시회 등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또한 서초책있는거리 축제와 연계하여 가족골든벨, 나만의 책 만들기 등 서초책있는거리 북런치 행사도 함께 진행된다.기념식 외에도 '2025 도서관의 날, 도서관주간'을 기념하는 국제회의와 해커톤 대회, 정책토론회 등이 오는 18일까지 국립중앙도서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릴 예정이다.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로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도서관은 여전히 창의적 사고를 촉진하는 지식의 터전이자 누구나 자유롭게 지식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초 문화기반시설"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문체부는 앞으로 도서관을 통해 국민의 삶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문화적 활력을 높이고, 지역 소멸과 사회적 고립 문제를 해소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이번 도서관의 날 기념식은 단순한 행사를 넘어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에서 도서관의 새로운 역할과 가치를 재조명하고, 지역사회의 문화적 구심점으로서 도서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인공지능과 같은 첨단 기술과 전통적인 독서문화의 조화를 통해 미래 도서관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 이자람의 판소리 '눈, 눈, 눈'..극강의 몰입감 선사해
이자람이 5년 만에 새로운 판소리 공연을 선보였다. 지난 7일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초연된 ‘눈, 눈, 눈’은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의 단편 소설 ‘주인과 하인’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프랑스 지인의 추천을 받아 이 소설을 접한 이자람은 이를 판소리 형식으로 재창작했다. 원작의 배경과 인물은 그대로 유지하되, 판소리 특유의 해학과 감성을 담아 현대 관객들에게 새로운 감동을 선사한다. 작품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1879년 연말, 러시아의 한 마을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상인 바실리가 자식에게 물려줄 땅을 사기 위해 길을 나서면서 전개된다. 그는 충직한 일꾼 니키타와 종마 제티와 함께 고랴츠키노 숲을 향해 떠난다. 그러나 혹독한 추위와 눈보라가 몰아치면서 이들은 길을 잃고 헤매게 된다. 단 하루 동안 벌어지는 여정이지만, 이자람의 연기와 소리, 그리고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요소들이 더해지며 단순한 이야기가 강렬한 서사로 변모한다. 이자람은 무대 위에서 바실리, 그의 아내 아나스타샤, 일꾼 니키타를 오가며 1인 다역을 펼쳤다.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감정을 오롯이 표현하기 위해 목소리 톤을 바꾸고, 몸짓과 표정을 활용하며 각기 다른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심지어 말(馬)인 제티까지도 직접 연기했다. 제티가 니키타의 어깨에 머리를 비비며 장난치는 모습이나, 눈보라 속에서 두려움에 떨며 "히잉" 하고 우는 소리는 관객들에게 생생한 몰입감을 선사했다. 이자람의 연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눈보라 휘몰아치는 러시아의 설원 한가운데 서 있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다. 무대 연출 또한 단순하지만 강렬했다. 무대 위에는 화려한 장치나 배경이 없었지만, 배우의 연기와 관객들의 상상력이 더해지며 장면이 생생하게 구현됐다. 특히 관객들의 참여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자람은 눈보라 소리를 표현하기 위해 관객들에게 함께 숨을 내쉬며 바람 소리를 내도록 유도했고, 이는 실제 러시아의 혹독한 추위를 느끼게 하는 효과를 냈다. 빛과 그림자, 조명 효과도 극적인 분위기를 더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공연의 또 다른 중요한 요소는 북소리였다. 고수 이준형의 북은 이자람의 소리에 힘을 실어주며 극적 긴장감을 극대화했다. 바실리가 길을 떠날 때는 북소리가 부드럽게 흐르다가, 길을 잃고 헤맬 때는 강렬하게 울려 퍼지며 긴장감을 조성했다. 이자람은 극의 분위기에 따라 노래의 리듬을 조절했다. "한참 간다"고 부를 때는 길게 한 음절씩 뽑아내고, "멈춘다"고 할 때는 짧게 끊어 부르는 방식으로 인물들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이러한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면서 판소리 특유의 서사적 몰입감을 극대화했다. 비록 러시아 문학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지만, 판소리의 해학적 요소도 곳곳에 배어 있었다. 술을 마시면 괴물이 되는 니키타가 술의 유혹을 이겨내려 애쓰는 장면에서는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니키타가 바실리에게 조심스럽게 술을 달라고 하면서도 스스로를 자제하는 모습은 전통 판소리의 익살스러운 표현 기법과 맞물려 더욱 흥미롭게 전달됐다. 이처럼 이자람은 외국 소설을 원작으로 하면서도, 한국적 감성과 유머를 자연스럽게 녹여내며 작품을 완전히 새로운 색깔로 탈바꿈시켰다. 이자람은 ‘눈, 눈, 눈’을 통해 판소리의 본질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공연 프로그램북에 실린 ‘작가의 글’에서 “창작을 합니다만 전통을 하고 있다”며 “이것이 제가 판소리를 사랑하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이야기를 판소리 형식으로 풀어내면서도, 전통 판소리의 본질을 지키려는 그의 철학이 담겨 있는 작품이다. 기존 판소리 공연들이 주로 한국적 정서를 기반으로 한 창작에 집중했다면, ‘눈, 눈, 눈’은 외국 문학을 통해 판소리가 시대와 국경을 뛰어넘을 수 있음을 증명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자람의 도전은 관객들에게도 신선한 경험을 선사했다. 공연을 관람한 한 관객은 “단순한 무대였지만 머릿속에서는 러시아 설원의 광활한 풍경이 그려졌다”며 “판소리의 힘이 이렇게까지 강렬할 줄 몰랐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다른 관객은 “한 명의 배우와 한 명의 고수가 만들어내는 소리만으로 이토록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고 평가했다. ‘눈, 눈, 눈’은 단순히 판소리 공연을 넘어, 판소리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실험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전통 판소리 형식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가미하고, 한국을 넘어 세계 문학을 무대로 삼아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자람은 이번 작품을 통해 판소리가 특정 시대나 공간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이야기와 결합하며 계속해서 진화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공연은 오는 13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이어진다.
- 리우 카니발이 한국에? 국립민속박물관, 싹 바뀐다!
국립민속박물관이 올해 세계 생활문화 자료 수집을 확대하며, '세계로 열린 창'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장상훈 국립민속박물관장은 8일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세계 여러 문화가 함께 어우러지는 공간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박물관은 내년 중 세계 민속을 소개하는 전시 공간을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현재 상설 1관에서 진행 중인 K-컬처 전시를 개편해 세계인의 삶과 문화를 조명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장 관장은 "우리 민속 문화를 이해하는 동시에 세계 문화를 향한 한국인의 관심을 반영하는 전시를 마련할 것"이라며 세부 주제에 대해서는 "비밀이지만, 인류 보편적 감성을 핵심 주제로 삼겠다"고 전했다.전시 개편을 앞두고 다양한 해외 자료 수집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현재 박물관이 보유한 소장품은 총 17만5,236점이며, 이 중 9.1%에 해당하는 1만5,860점이 해외 자료다. 박물관은 최근 브라질 리우 카니발 축제를 현장에서 조사하며 관련 생활문화 자료를 수집했다. 이와 함께 인도, 네팔 등의 가면극 문화를 연구하고, 우즈베키스탄 고려인들의 생활상을 조사하는 등 다양한 문화권의 민속 자료를 확보해 나가고 있다. 장 관장은 "박물관이 한국인에게는 세계 문화를, 외국인에게는 한국 문화를 보여주는 창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는 세계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행사도 준비된다. 5월 4~5일 어린이날을 맞아 '세계로 가는 놀이기차' 행사가 열리며, 주한 외국 문화원 및 대사관 13곳이 참여해 각국의 전통 놀이 문화를 선보인다. 한국 전통 놀이인 딱지치기와 공기놀이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인도네시아, 페루 등의 놀이도 체험할 수 있다.한편, 민속문화와 관련된 다양한 특별전도 예정돼 있다. 5월에는 '사진관'과 '기념'을 주제로 한 특별전이 개최되며, 11월부터는 '출산'을 심층적으로 탐구하는 전시가 진행된다. 이건욱 국립민속박물관 전시운영과장은 "이번 사진관 특별전은 기존의 피사체 중심이 아닌, 촬영하는 사람을 조명하는 방식으로 구성될 것"이라고 설명했다.국립민속박물관의 세종시 이전 준비도 본격화됐다. 박물관은 2031년 세종으로 이전할 예정이며, 올해 기본 설계를 마친 뒤 2027년 착공에 들어간다. 새로운 박물관은 국립박물관단지 2구역에 조성되며, 이전 후에도 현재 경복궁 내 박물관 건물의 활용 방안을 논의 중이다. 장 관장은 "현재 박물관이 대한민국 정부가 세운 최초의 국립박물관 건물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크다"며 "이전 후 활용 방안을 충분히 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작년 한 해 동안 국립민속박물관을 방문한 관람객은 총 144만3,420명으로, 이 중 내국인은 77만7,476명, 외국인은 66만5,944명이었다. 특히 외국인 관람객 수는 2023년 대비 20만 명 이상 증가하며, 국립민속박물관이 세계인에게도 중요한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줬다.
- '연인은 바뀌어도 엄마는 영원하다'는 퀴어 소설가
문학동네소설상 30회 수상작 '어둠 뚫기'의 작가 박선우의 소설은 성소수자(게이) 주인공이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퀴어 소설로 분류되지만, 기존 퀴어 소설과는 확연히 다른 접근법을 보여준다.한국 사회에서 오랫동안 은폐되어 왔던 성소수자들은 최근 들어 소설,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매체에서 더 자주 등장하며 대중에게 점차 익숙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박 작가의 소설 속 성소수자는 기존 미디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테레오타입에서 벗어나 있다. 그의 주인공은 밤새 클럽에서 춤추는 모습이나 '여자 사람 친구'와의 과장된 우정을 보여주지 않는다."외모를 치장하는 일에 집중하지도, 매번 새로운 남자와 사랑을 하지도 않아요. 그저 일상에 천착해 살아가는 게이도 많습니다. 그들에게는 목소리가 없었어요. 그들의 목소리가 되고 싶었죠."박 작가의 주인공은 책을 편집하는 평범한 노동자이자, 글을 쓰는 작가이며, 독자이고,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는 인물로 그려진다. 이러한 접근은 성소수자를 특정 이미지로 고착시키는 기존 미디어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시도다.'어둠 뚫기'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주인공이 남성에 대해 가지는 복잡한 감정이다. 소설 속에서 남성은 연애 대상인 동시에, 사회에서 주인공을 배제하고 차별하는 군대 선·후임이자 또래 집단이며, 잠재적 성폭력 가해자가 될 수도 있는 존재로 다층적으로 그려진다. 박 작가는 "게이를 하나의 모습으로 정형화시키지 못하도록 평범하면서도 다면적으로 그리려고 했다"고 설명한다.이 소설의 또 다른 중요한 축은 주인공과 그의 어머니 사이의 관계다. 작가는 집요하게 주인공의 곁에 어머니를 배치한다. 그들은 끊임없이 갈등하면서도 서로를 떠나지 못하는 관계를 유지한다. 주인공은 어머니의 생활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자신의 성적 정체성과 우울증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어머니가 이를 부정하면 잠시 물러났다가 다시 꺼내는 패턴이 반복된다."엄마는 가장 밀접한 관계의 타인이에요. 연인은 대체가 돼도 엄마는 영원히 대체할 수 없는 존재죠. 엄마가 학교나 직장에서 힘든 일 있으면 얘기하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게이로 사는 것도 만만치 않거든요. 그 얘기를 하고 싶은 거죠."박 작가의 이런 접근법은 성소수자 캐릭터를 단순히 '퀴어'라는 정체성으로만 규정짓지 않고, 가족 관계, 직업, 일상 등 다양한 측면에서 입체적으로 그려내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한국 문학계에서 퀴어 서사가 보다 다양하고 풍부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등단 8년 차, 두 권의 소설집과 첫 장편소설을 출간한 박 작가에게 앞으로의 포부를 묻자 그는 의외로 담담한 대답을 내놓았다."예순, 일흔이 돼서도 계속 쓰는 게이 소설가가 되고 싶어요. 지금 제게 그런 선생님이 계시면 물어보고 싶은 게 많거든요. 그때 혹시 궁금한 게 있는 젊은 소설가가 있다면 제가 답해주고 싶어요."이 한 마디에는 한국 문학계에서 성소수자 작가로서의 롤모델이 부재한 현실과, 그 자신이 미래 세대를 위한 이정표가 되고자 하는 소망이 담겨있다. 박선우의 '어둠 뚫기'는 단순한 퀴어 소설을 넘어, 한국 사회와 문학계에서 성소수자의 목소리가 어떻게 더 다양하고 진정성 있게 표현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작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붓의 신' 의겸스님, 전설의 불화展 공개
조선 후기 불화의 거장으로 평가받는 의겸스님의 예술세계를 조명하는 기획전이 열린다. 대한불교조계종은 2025년 부처님오신날(5월 5일)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불교중앙박물관에서 '호선(毫仙) 의겸(義謙): 붓끝에 나투신 부처님' 전시회를 개최한다고 8일 밝혔다. 이번 전시회는 6월 29일까지 진행된다.전시에서는 의겸스님의 대표작을 비롯해 그의 영향을 받은 다양한 불화 작품 총 47점(국보 3건, 보물 7건 포함)이 공개된다. 의겸스님은 1713년부터 1757년까지 활동하며 전국 각지에서 불화를 조성했다. 그의 작품은 담백한 색채와 세밀한 필선이 특징이며, 불교 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이번 전시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품은 지난해 12월 보물에서 국보로 승격된 '합천 해인사 영산회상도'(1729년, 영조 5년)다. 이 작품은 석가모니가 영축산에서 '묘법연화경'을 설법하는 장면을 비단에 채색한 불화로, 중앙에 석가모니를 배치하고 그 주변에 설법을 듣는 무리를 둔 구도로 구성됐다. 특히 석가모니를 다른 인물보다 훨씬 크게 표현하여 압도적인 존재감을 강조했다. 둥글고 온화한 표정은 불화 특유의 밝은 분위기를 연출하며, 조선 후기 불교회화 연구에서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는다.'합천 해인사 영산회상도'는 의겸스님이 주도하고, 행종, 민희, 만연, 지원 등 총 12명의 화승이 참여한 공동 작업물이다. 의겸스님은 조선 후기 대표 수화사로서 80여 명 이상의 화승들에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지난해 5월 국보로 지정된 '순천 송광사 영산회상도 및 팔상도'도 전시된다. 송광사성보박물관에서 옮겨온 이 불화들은 1725년(영조 1년) 송광사 영산전에 봉안하기 위해 조성됐다. 팔상도는 석가모니의 생애를 8개의 역사적 사건으로 나누어 표현한 괘불로, 단일 전각에 영산회상도와 팔상도를 한 세트로 제작하여 봉안한 가장 오래된 사례로 평가받는다. 이 작품들은 조선시대 불교 신앙과 시각적 표현 방식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불교미술은 신앙과 수행의 매개체이며, 의겸스님의 작품은 단순한 예술적 가치 이상으로 불보살의 자비와 가르침을 담고 있다"며 그의 예술성과 신앙적 가치를 강조했다.이번 전시에는 '송광사 응진당 석가모니 후불탱·십육나한탱', '석씨원류응화사적 목판' 등 다양한 불화와 목판도 전시된다. '석씨원류응화사적 목판'은 석가모니의 일대기를 기록한 책의 목판으로, 명나라에서 전래된 내용을 기반으로 조선에서 제작됐다. 특히, 의겸스님의 팔상도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조선시대 관음보살도의 대표작인 '흥국사 수월관음도'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의겸 등 필 수월관음도'도 함께 전시되어 조선 후기 불화의 정수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전시는 6월 29일까지 무료로 진행되며, '합천 해인사 영산회상도'는 4월 22일까지 한정 전시된다.
- 600년 전 사라진 조선 보물선, 드디어 수면 위로
조선시대 조운선 ‘마도4호선’이 600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다. 국가유산청 국립해양유산연구소는 8일 오후 3시 충남 태안군 마도 인근 해역에서 ‘마도4호선’의 선체 인양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날 작업은 인양의 안전과 성과를 기원하는 개수제를 시작으로 진행될 예정이다.마도4호선은 지난 2015년 수중 발굴조사를 통해 처음 실체가 확인된 조선시대 조운선이다. 당시 함께 출수된 유물들은 이 배가 단순한 상선이 아닌 조세 곡물을 운반하던 조운선이었음을 입증했다. 유물 중에는 조선 관료들의 녹봉 지급을 담당했던 ‘광흥창’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목간(木簡)과 궁중 공물 납품 기관인 ‘내섬(內贍)’ 표기가 있는 분청사기, 다량의 곡물이 포함되어 있었다.그동안 마도4호선의 선체 일부만 제한적으로 조사되었으며, 인양 작업은 보류된 상태였다. 그러나 발굴 10주년을 맞아 국립해양유산연구소는 올해 총 14차례에 걸쳐 선체 인양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600여 년 동안 바닷속에서 머금은 염분을 제거하고 나무 구조를 안정화하는 정밀 보존처리 작업도 태안해양유물전시관에서 병행될 예정이다.이번 인양 작업은 단순한 유물 확보를 넘어 역사적으로 기록으로만 남아 있던 조선시대 조운 체계를 실질적으로 복원할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태안 마도 인근 해역은 조선시대 충청 이남 지역에서 수집된 세곡과 공납품을 개경과 한양으로 운송하던 조운선들의 주요 항로였다. 그러나 이곳은 해류가 거세고 암초가 많아 ‘난행량(難行梁)’이라 불리며 해난사고가 빈번했던 곳이기도 하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약 60년 동안 이 지역에서 침몰한 선박이 200척에 달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국립해양유산연구소가 2008년부터 2023년까지 실시한 수중조사 결과, 마도 해역에서는 고려시대 선박 3척과 조선시대 선박 1척을 포함해 총 4척의 고선박이 발견되었다. 이들 선박에서 출수된 유물은 자기류, 목간, 생활도구 등 다양하며,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긴 세월의 해상활동 흔적이 집약되어 있다. 특히 지난해 마도 해역에서 진행된 수중탐사에서도 고선박 선체 조각과 도자류가 추가로 발견되면서, 인근 유물 집중 매장 지점에 대한 정밀 시굴 및 발굴조사도 병행될 예정이다.국립해양유산연구소는 마도4호선이 발굴된 지 10주년을 맞아 올해 선체 인양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마도4호선은 2014년 마도 해역에서 처음 발견되었으며, 2016년 발간된 ‘태안 마도 4호선 수중 발굴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시굴 조사를 하던 중 백자 111점이 다발로 확인되었고, 선체의 존재도 함께 확인되었다. 이후 본격적인 조사에 나선 결과, ‘광흥창’이 적힌 목간과 ‘내섬’이 새겨진 분청사기를 비롯해 380여 점의 유물이 출수되었으며, 이를 토대로 이 배가 조선시대 조운선이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이는 우리나라 바다에서 처음 발견된 조선시대 선박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그동안 선체 내부 조사만 부분적으로 이뤄졌고, 배는 바닷속에 남아 있었으나, 연구소는 올해 총 14차례에 걸친 조사와 함께 선체 인양을 추진할 계획이다. 인양된 선체 조각은 국립태안해양유물전시관으로 옮겨 보존 처리될 예정이며, 인양 지점 주변에 대한 추가 조사도 이루어질 전망이다. 선체는 오랜 시간 바닷속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에 염분을 제거하고 건조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국립해양유산연구소는 지난해 수중 탐사에서 고선박 선체로 추정되는 조각과 도자류 등이 추가 발견된 만큼, 시굴 및 발굴 조사를 더욱 확장할 계획이다. 연구소 관계자는 “그동안 마도 인근 해역을 발굴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해양사 복원을 위한 연구와 발굴 조사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마도4호선 인양 작업은 단순한 유물 발굴을 넘어 조선시대 해양 교통과 조운 체계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