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전시
- 단 2분 만에 '완판 신화'... 부산 시민들이 미친 듯이 달려든 '그 공연장' 오픈
부산에 처음으로 들어서는 대형 클래식 전용 공연장 '부산콘서트홀'이 시범 공연 티켓 오픈 직후 단 2분 만에 전석 매진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클래식 음악에 대한 부산 시민들의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클래식부산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17일 진행된 부산콘서트홀 시범 공연 티켓 오픈에서 예매 시작 후 불과 2분 만에 모든 좌석이 매진되었다. 이번에 매진된 공연은 다음 달 26일 챔버홀에서 열리는 앙상블 코스모폴리탄의 'The Sound of Strings'와 29일 같은 장소에서 공연하는 '부산 성악가와 함께하는 오페라 아리아와 가곡의 밤'이다.부산콘서트홀은 오는 6월 20일 정식 개관을 앞두고 있으며, 클래식부산은 개관에 앞서 음향과 시스템 등 공연장 운영 전반을 점검하기 위해 4월과 5월 두 달간 시범 공연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번 1차 티켓 오픈은 그 첫 번째 단계였다.이번에 매진된 공연들이 상대적으로 좌석 수가 적은 챔버홀(400석)에서 진행되고 무료 공연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예매 시작 직후 곧바로 전석이 매진된 것은 부산콘서트홀에 대한 시민들의 높은 기대와 클래식 음악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부산콘서트홀은 부산 지역 최초의 대규모 클래식 전용 공연장으로, 국내 최고 수준의 음향 시설을 갖추고 있다. 특히 관객이 무대를 둘러싸는 형태의 빈야드 스타일 공연장과 웅장한 파이프오르간 설치 등으로 개관 전부터 많은 주목을 받아왔다. 빈야드 스타일은 베를린 필하모닉 홀, 함부르크 엘프필하모니 등 세계적인 공연장에서 채택한 설계 방식으로, 연주자와 관객 간의 거리를 최소화해 더욱 생생한 음악적 경험을 제공한다.메인 공연장인 그랜드홀은 1,700석 규모로 설계되었으며, 이번에 티켓이 매진된 챔버홀은 400석 규모의 소극장으로, 실내악과 소규모 공연에 최적화되어 있다. 부산콘서트홀은 단순한 공연장을 넘어 부산의 새로운 문화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클래식부산은 이번 1차 티켓 오픈에 이어 추가 시범 공연 티켓도 순차적으로 오픈할 예정이다. 오는 20일 오전 11시에는 'Hello Classic 헨델 VS 바흐'(5월 10일 오후 3시·1000원) 티켓을 오픈하며, 24일 오전 11시에는 '국립합창단 카르미나 부라나'(5월 16일 오후 7시30분·무료)와 '부산시립교향악단 New World'(5월 23일 오후 7시30분·무료) 예매를 진행한다.시범 공연 티켓은 클래식부산 홈페이지(classicbusan.busan.go.kr)에서 회원가입 후 1인당 최대 4매까지 신청 가능하다. 첫 티켓 오픈의 폭발적인 반응을 고려할 때, 다음 티켓 오픈에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부산콘서트홀의 정식 개관은 6월 20일로 예정되어 있으며, 개관 공연으로는 세계적인 지휘자와 연주자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공연이 계획되어 있다. 부산시는 부산콘서트홀을 통해 부산이 동북아시아의 문화 허브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이번 시범 공연의 성공적인 티켓 오픈은 부산 시민들의 클래식 음악에 대한 갈증과 수준 높은 문화 예술 공연에 대한 열망을 보여주는 지표로, 부산콘서트홀의 성공적인 안착과 부산 문화예술 발전에 긍정적인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소년의 두 얼굴..내 아이는 누구인가
평범해 보이는 아이의 방에서 이야기는 시작되고 끝이 난다. 10대 여학생 목숨을 흉기로 앗아간 13세 소년 제이미의 방. 문만 닫으면 부모의 관심이 닿지 않던 이곳에서 소년은 범죄자로 컸다. 마지막 장면에서 아버지 울음이 아들 없는 방을 채운다. 4부작 영국 범죄 스릴러 드라마 ‘소년의 시간’(원제 Adolescence)이 13일 공개 이후 해외 언론 호평 속에서 넷플릭스 TV쇼 세계 1위(18일 플릭스패트롤 기준)를 기록하고 있다. 79국에서 1위다.각 회차를 한 번도 끊지 않고 촬영하는 '원 테이크' 기법과 주연 배우들의 몰입도 높은 연기가 어우러져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오늘날 청소년 문제, 양육 환경, 그리고 가정과 학교의 위태로운 현실을 날카롭게 지적하며, 국내외 많은 학부모 시청자들에게 깊은 공감과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호평은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비평가 추천 지수 98%라는 높은 수치로 이어졌다드라마는 조용한 인상의 소년 제이미가 흉기로 소녀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되며 시작된다. 범죄 스릴러지만 ‘제이미가 진짜 범인인가’에 대한 해답은 금세 나온다. 핵심은 이 사건을 통해 돌아보는 현실이다. 범행의 동기를 밝힘과 동시에 교권이 무너진 학교의 혼란상, 부모도 교사도 알지 못하지만 10대에게 막강한 영향을 행사하는 온라인 세계의 폐해가 드러난다. 아들의 진짜 모습을 몰랐던 부모는 조용히 절규한다.영국 일간 가디언은 드라마에 대해 “실제 가정과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과 많은 접점이 있다. 소외된 청소년들이 품고 있는 문제와 위험을 인식하게 하며 모두에게 교훈을 전하는 시리즈”라며 주목했다. 국적을 불문하고 시청자 사이에서도 요즘 부모와 자녀 사이 현실을 보여줘 공감된다는 평이 쏟아졌다. “소셜미디어와 인터넷의 속도가 너무 빨라 어른들이 아이들을 이해하고 통제하고 가르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같은 후기와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작품의 제작자이자 제이미 아버지 역을 연기한 배우 스티븐 그레이엄은 “이 작품의 목표 중 하나는 ‘요즘 우리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또래, 인터넷, 소셜미디어로부터 어떤 압박을 받고 있는가’를 묻는 것이었다”며 “시청자들이 ‘우리 가족에게도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를 바랐다”고 했다.드라마는 전반부의 느린 호흡을 가진 범죄 스릴러에서 후반부(3~4화)로 갈수록 제이미와 그 가족의 심리를 깊이 있게 파고드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특히 임상 심리학자와의 면담 장면은 제이미 내면에 자리 잡은 악마, 즉 열등감과 인정 욕구가 뒤틀려 빚어진 폭력성과 여성 혐오적 사고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아버지의 폭력성'이라는 또 다른 갈등 요소가 존재하지만, 결국 평범한 가정으로 밝혀진다. 그러나 닫힌 아들의 방문을 열고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지 못했다는 아버지의 뼈아픈 후회와 죄책감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촬영 당시 14세로 첫 연기 데뷔를 한 오언 쿠퍼는 제이미의 복잡다단한 감정선을 섬세하고 소름 끼치게 표현해 에미상 후보로 거론될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아버지 역의 스티븐 그레이엄과 심리학자 역의 에린 도허티의 뛰어난 연기 또한 극의 몰입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필립 바란티니 감독은 1시간 분량의 한 회차를 끊지 않고 촬영하는 '원 테이크' 기법을 통해 긴장감을 극대화했는데, 차 안에서의 연기, 드론을 활용한 촬영 등 독창적인 연출 방식은 배우들이 인물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
- 르네 야콥스 내한 공연..'바로크의 진수' 선사
벨기에 출신의 고음악 지휘자 르네 야콥스(René Jacobs)와 그의 시대 악기 전문 오케스트라인 B'ROCK이 오는 2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특별한 공연을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바로크 음악의 정수를 담은 작품으로, 1700년대의 헨델 음악을 중심으로 펼쳐질 예정이다.르네 야콥스는 카운터테너 출신으로, 오페라와 종교음악, 오라토리오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구축한 지휘자이다. 그는 고음악 분야에서의 깊은 이해와 연구를 바탕으로, 역사적인 악기와 연주법을 고수하는 시대 악기 전문 오케스트라 B'ROCK을 이끌고 있다. B'ROCK은 2012년부터 르네 야콥스와 협력하여 바로크 음악을 충실히 재현해온 명문 오케스트라로 자리매김했다. 이 오케스트라는 고음악의 전통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현하며, 고전과 바로크 시대의 음악을 생동감 있게 살아 숨쉬게 하고 있다.이번 공연에서 B'ROCK 오케스트라는 헨델(1685–1759)의 첫 번째 오라토리오인 *‘시간과 깨달음의 승리’*를 선보인다. 오라토리오는 17세기부터 18세기까지 유럽에서 성행했던 대규모 종교적 음악 형태로, 이 작품은 헨델이 1705년에 작곡한 첫 번째 오라토리오로, 죽음과 삶, 인간 본질에 대한 깊은 철학적 담론을 담고 있다. *‘시간과 깨달음의 승리’*는 '아름다움'이 '즐거움'에서 벗어나 '시간'과 '깨달음'의 인도를 받으며 내면의 성장을 이루는 과정을 그린다. 이 작품은 바로크 시대의 철학적 사유와 아름다움을 진지하게 탐구하며, 고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물음을 음악으로 풀어낸다.소프라노 임선혜는 이 오라토리오에서 주인공인 '아름다움' 역할을 맡아, 작품의 중심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또한, 소프라노 카테리나 카스페르, 카운터테너 폴 피기에, 테너 토머스 워커 등 국내외 유명한 성악가들이 함께 출연하여 무대를 빛낼 예정이다. 이 공연은 헨델의 *‘시간과 깨달음의 승리’*를 전막으로 감상할 수 있는 드문 기회로, 고음악 애호가들에게는 매우 의미 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또한,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이 공연을 통해 쉽게 접하기 어려운 헨델의 오라토리오를 전막으로 감상할 수 있는 귀한 기회를 제공하며, 오페라 *‘리날도’*에서 유명한 아리아인 *‘울게 하소서’*의 원작 아리아 *‘가시는 놔두고 장미를 꺾어라’*도 들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 공연은 고음악의 깊이를 느끼고, 바로크 시대 음악의 아름다움을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르네 야콥스와 B'ROCK 오케스트라의 이번 공연은 바로크 음악의 정수를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순간이 될 것이다. 역사적인 악기와 연주법으로 재현된 헨델의 작품을 직접 감상할 수 있는 이 공연은, 음악적 깊이와 감동을 제공하며 관객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르네 야콥스는 고음악을 재현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두고 있으며, 고음악의 "정통성"을 고수하는 데 집중하면서도 음악에 감정적이고 인간적인 요소를 강조하여, 바로크 음악이 갖는 깊은 감동을 전달하고자 한다. 르네 야콥스는 벨기에 출신의 세계적인 고음악 지휘자이자 카운터테너로, 고전 및 바로크 음악 분야에서 독보적인 명성을 쌓아온 인물이다. 그의 음악 경력은 단순히 지휘자로서의 활동에 그치지 않고, 고음악(early music)과 역사적인 악기 연주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연구와 재현에도 큰 기여를 해왔다. 그는 오페라, 오라토리오, 종교음악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고음악의 전통을 현대에 맞게 재조명하고 있다.르네 야콥스는 원래 카운터테너로서 경력을 시작했으며, 카운터테너는 남성 성악가 중 가장 높은 음역을 소화할 수 있는 성역을 가진 사람을 의미한다. 그의 카운터테너 경력은 그를 단순한 성악가를 넘어서 음악 이론가로서의 기반을 마련해주었다. 그는 다양한 바로크 오페라와 오라토리오에서 주연을 맡았고, 특히 헨델, 바흐, 비발디와 같은 작곡가의 작품을 주로 다루었다. 그의 목소리는 높은 음역과 풍부한 감정을 잘 표현하며, 바로크 음악 특유의 섬세하고 정교한 스타일을 완벽하게 소화했다.지휘자로서 르네 야콥스는 고음악 분야에서 중요한 인물로 자리잡았다. 고음악(early music) 분야는 주로 바로크, 고전주의, 르네상스 시대의 음악을 재현하는 분야로, 당시 사용되었던 시대 악기와 연주 기법을 현대에 맞게 되살리는 작업을 한다. 그는 이러한 작업을 철저히 연구하고 실현하며, 특히 **B'ROCK 오케스트라**와 함께 바로크 음악의 명작을 재현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그의 지휘 스타일은 전통적인 바로크 음악의 특성을 현대적 감각으로 해석하는 방식으로, 오케스트라가 당시 사용되었던 악기를 활용해 더 정통적이고 충실한 연주를 펼칠 수 있도록 이끌었다.르네 야콥스의 활동은 고음악 분야에서 중요한 영향을 미쳤으며, 그는 현대의 고음악 지휘자들에게 큰 영향을 준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고음악의 전통을 현대적 해석과 기법으로 재조명하며, 고음악을 현대적인 감각으로도 풍성하게 즐길 수 있게 만든 인물이다. 이번 내한 공연은 그가 고음악 분야에서 이루어온 업적을 이어가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다.
- 한강 소설 日 번역가, 일본 최고 문학상 수상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의 대표작 '작별하지 않는다'를 일본어로 번역한 사이토 마리코가 일본 문학계의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요미우리문학상 연구·번역 부문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한국문학번역원은 지난 11일 도쿄 제국호텔에서 열린 제76회 요미우리문학상 시상식에서 사이토 마리코가 영예의 수상자로 선정되었다고 공식 발표했다.사이토 마리코는 단순한 번역가를 넘어 시인으로서의 감성과 문학적 소양을 겸비한 인물로, 한국문학번역원의 지원을 받아 지난해 일본에서 '작별하지 않는다'를 출간했다. 이 작품은 출간 직후부터 일본 문학계와 독자들 사이에서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으며, 한국 문학의 깊이와 아름다움을 일본 독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특히 주목할 점은 사이토 마리코가 한강의 작품 세계를 일본어로 옮기는 데 보여준 탁월한 번역 실력이다. 그는 '작별하지 않는다' 외에도 한강의 '흰', '희랍어 시간', '노랑무늬 영원',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등 다수의 작품을 번역했다. 한강 특유의 서정적이고 시적인 문체, 그리고 삶과 죽음, 기억과 상실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은 문장들을 일본어로 옮기는 과정에서 원작의 정서와 의미를 최대한 보존하면서도 일본 독자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번역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사이토 마리코의 한국 문학 번역 활동은 한강의 작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는 페미니즘 소설로 큰 반향을 일으킨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을 비롯해 정세랑, 김보영, 천명관 등 현대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 30여 종을 일본어로 번역했다. 이를 통해 한국 문학의 다양성과 현대성을 일본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요미우리문학상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의 문화 부흥을 목적으로 1949년 요미우리 신문사가 제정한 상으로, 일본 문학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권위 있는 문학상 중 하나다. 소설, 희곡·시나리오, 수필·기행, 평론·전기, 하이쿠, 연구·번역 등 6개 부문에서 매년 수상자를 선정하며, 각 부문 수상자에게는 200만 엔(약 1,800만 원)의 상금이 수여된다.한국인 또는 한국 관련 인물이 요미우리문학상을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3년에는 재일교포 2세 영화감독 겸 시나리오 작가인 양영희가 희곡·시나리오 부문을 수상했으며, 1990년에는 한국현대시선을 번역한 이바라키 노리코가 연구·번역 부문을 수상한 바 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한강의 작품을 번역한 사이토 마리코의 이번 수상은 한국 문학의 세계적 위상과 한일 문화 교류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는 의미 있는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이번 수상을 계기로 한강을 비롯한 한국 작가들의 작품이 일본에서 더욱 활발하게 소개되고, 양국 간 문학적 교류가 더욱 깊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한국문학번역원의 지속적인 지원과 우수한 번역가들의 노력이 한국 문학의 세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사이토 마리코는 수상 소감에서 "한국 문학의 아름다움과 깊이를 일본 독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어 기쁘다"며 "앞으로도 양국 문학의 가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한강 역시 축하 메시지를 통해 "사이토 마리코의 섬세한 번역 덕분에 작품이 일본 독자들에게 잘 전달될 수 있었다"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 서울시발레단 X 오하드 나하린, ‘데카당스’로 쉘 위 댄스
모든 사람이 춤을 춰야 한다고 말하는 거장 안무가 오하드 나하린이 서울시발레단과 함께하는 '데카당스'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그는 춤을 "몸이라는 감옥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자유의 도구"라고 표현하며 춤의 본질에 대한 깊은 철학을 전했다. 12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나하린은 "춤을 추는 순간에는 무대와 관객이 사라지고 오직 춤을 추는 자신만이 존재하게 된다"며 "춤을 위해서는 공간과 시간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의 이러한 철학은 대표작 '데카당스'에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데카당스'는 2000년 나하린이 이스라엘 바체바 무용단 예술감독 취임 10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작품으로, 그의 다양한 안무를 하나의 공연으로 엮어 재구성한 무대다. 작품명은 숫자 10을 뜻하는 '데카'(Deca)와 춤을 의미하는 '댄스'(Dance)의 합성어로, 20년 넘게 공연되며 매번 새로운 안무를 추가해 변화하고 있다. 그는 "'데카당스'는 하나의 고정된 작품이 아니라 무용수들을 위한 일종의 놀이터와 같다"며 "초연 이후 20여 년이 흘렀지만, 지금의 '데카당스'는 그때와 완전히 다른 춤이다"라고 설명했다.이 작품이 긴 세월 동안 지속될 수 있었던 이유는 지속적인 변화를 통해 새로운 세대의 무용수들과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하린은 이번 서울시발레단과의 협업을 통해 또 한 번 '데카당스'를 새롭게 구성했다. 원래 7개의 안무로 구성됐던 작품에 1개의 안무를 추가해 서울시발레단만의 독창적인 버전을 만들었다. 그는 "연습하는 모습을 보니 서울시발레단 무용수들이 '데카당스'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음을 느꼈다"며 "더욱 섬세한 안무를 추가해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하린은 이번 공연에서도 자신의 독창적인 움직임 훈련 방식인 '가가'(Gaga)를 기반으로 안무를 구성했다. '가가'는 어린아이가 옹알거리는 모습에서 착안한 움직임 훈련으로, 신체의 가능성을 확장하고 무용수의 감각을 극대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는 "'가가'는 단순한 신체 훈련이 아니라 우리를 웃게 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움직임의 철학"이라며 "완벽하지 않은 삶 속에서 무게를 덜어내는 과정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또한 그는 안무 연습 시 거울을 보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는 무용수들이 거울이 아니라 자신의 감각만으로 움직임을 완성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이번 서울시발레단과의 연습에서도 연습실 거울을 모두 커튼으로 가리고 안무를 진행했다. 그는 "농구를 하거나 요리를 할 때도 가장 중요한 순간에는 거울을 보지 않는다"며 "무용계가 거울을 보고 연습하는 전통을 만든 것은 큰 실수"라고 강조했다.지난 10일 내한한 나하린은 곧바로 서울시발레단과의 연습에 돌입했다. 그는 무용수들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확인한 후 기존 '데카당스'의 구성을 일부 수정하는 결정을 내렸다. 무용수들의 잠재력을 극대화하고 작품의 감동을 배가하기 위해 더욱 세밀한 안무를 추가한 것이다.세계적인 거장 안무가 오하드 나하린이 직접 연출한 서울시발레단의 '데카당스'는 3월 14일부터 23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끊임없이 진화하는 춤의 세계를 경험하고 싶다면 이번 무대를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 황실의 마지막 비밀옷장이 열린다... 100년 만에 공개되는 '의친왕가의 복식'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새롭게 지정된 '의친왕가(家) 복식'이 일반에 공개된다. 국가유산청은 3월 12일부터 5월 11일까지 약 두 달간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의친왕가 복식' 국가민속문화유산 지정 기념 특별전을 개최한다고 밝혔다.이번에 전시되는 의친왕가 복식은 대한제국 황실의 마지막 황족 중 한 명이었던 의친왕 이강(1877~1955)의 가족 유품이다. 의친왕은 조선의 제26대 왕 고종의 일곱째 아들로, 대한제국 시기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복잡한 시대를 살았던 인물이다.특히 이번 전시의 주인공인 복식 유물들은 의친왕비 연안 김씨(김사기, 1893~1971)가 의친왕의 다섯째 딸인 이해경 여사에게 물려준 것으로, 지난 2월 26일 국가민속문화유산 제61호로 공식 지정되었다. 이 복식들은 대한제국 말기부터 일제강점기까지 왕실 여성들이 착용했던 의복과 장신구의 실체를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다.의친왕가 복식은 총 7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왕실 여성의 예복 중 겉옷인 원삼과 당의, 화려한 장식이 있는 스란치마, 머리에 쓰는 화관, 여성 장신구인 노리개, 그리고 궁녀들이 사용했던 허리띠가 포함되어 있다.국가유산청은 이 복식들이 유래가 명확하고 착용자의 지위에 따른 궁중복식의 특징과 다양성을 보여주는 자료로서 학술적·예술적 가치가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특히 의친왕가 복식은 20세기 초 왕실 여성들의 의생활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역사적 증거물로 인정받고 있다.이번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은 실제 유물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국립고궁박물관은 '의친왕가 복식' 일괄 유물 7점의 실물을 특수 제작된 전시 케이스에 보관하여 관람객들에게 선보입니다. 또한 고화질 영상 기술을 활용하여 복식의 섬세한 색깔과 문양, 제작 기법 등을 자세히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전시를 기획한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의친왕가 복식은 단순한 의복을 넘어 한국 근현대사의 격동기를 거친 왕실 문화의 흔적"이라며 "특히 원삼과 당의에 사용된 화려한 자수와 금박 장식은 당시 최고 수준의 장인 기술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또한 이번 전시에서는 의친왕가 복식의 역사적 배경과 문화적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 자료도 함께 제공된다. 관람객들은 대한제국 시기 왕실 의례와 복식 문화, 그리고 일제강점기 황실 가족들의 생활상을 함께 살펴볼 수 있다.국립고궁박물관은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 전통 복식 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문화유산의 보존과 계승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시는 별도의 입장료 없이 누구나 관람할 수 있으며, 매주 월요일을 제외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
- 한국 게임사들 '중국 재정복' 나선다... 그러나 기다리는 건 '역습의 함정'
2016년 사드(THAAD) 배치로 촉발된 한한령(限韓令)이 마침내 해제 수순을 밟는 분위기다. 중국의 한류 콘텐츠 규제가 완화되면서 그동안 직격탄을 맞았던 국내 게임업계가 세계 최대 시장 중 하나인 중국 재진출에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최근 한한령 해빙의 가장 뚜렷한 신호탄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미키17'이 중국 전역에서 상영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한국 감독의 영화가 중국에서 정식 개봉한 것은 무려 4년 만이다. 일각에서는 이 영화가 워너브라더스가 제작한 할리우드 작품으로 분류되어 상영이 가능했다는 해석도 있지만, 최근 양국 간 교류가 활발해지는 추세를 고려하면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실제로 지난달 초 방중한 우원식 국회의장이 한류 문화 개방을 요청하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문화 교류는 양국 관계에서 매우 매력적인 요소"라며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또한 중국은 이달 내로 문화사절단을 한국에 파견할 계획이며, 시 주석이 11월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 참석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중국 정부가 한한령의 존재 자체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적이 없어 명문화된 해제 선언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민간 차원의 교류 확대를 중심으로 점진적인 화해 분위기가 조성될 것으로 전망된다.이러한 흐름에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 바로 게임업계다. 한한령 이후 중국 당국은 한국 게임에 대한 판호(중국 내 게임 서비스 허가증) 발급을 사실상 중단했다. 세계 2위 규모의 게임 시장이 막히면서 국내 게임사들의 수출 타격은 불가피했다.이제 국내 주요 게임사들은 중국 시장 재진출을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상반기 중 '블레이드앤소울2'를 중국에 선보일 계획이며, 시프트업은 '승리의여신: 니케'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미 중국에서 사전예약자 300만 명을 돌파한 '니케'는 시장성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위메이드는 3분기 '미르M'의 중국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넥슨도 '던전앤파이터' IP를 활용한 '카잔'을 현지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그러나 전문가들은 한국 게임사들의 중국 시장 재진입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지난 8년간 중국 게임사들은 대규모 자본과 인력을 투입해 경쟁력을 크게 향상시켰기 때문이다. 오히려 최근에는 중국 게임들이 한국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히는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중국 시청각디지털출판협회 게임위원회(GPC)에 따르면, 중국 게임의 한국 수출액은 2020년 약 1조9760억원에서 2024년 약 2조4000억원으로 21%나 증가했다. 특히 올해 2월에는 중국산 게임 '라스트워: 서바이벌'과 'WOS: 화이트아웃 서바이벌'이 각각 361억원, 354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국내 모바일 게임 매출 1, 2위를 차지했다. '인페르노 나인'도 187억원으로 4위에 오르는 등 중국 게임의 한국 시장 점유율이 급증하고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침체했던 국내 게임업계가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는 중국 시장 재진출이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크래프톤과 넥슨의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의 중국 시장 인기를 바탕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넥슨은 작년 중국에 출시한 '던전앤파이터모바일'의 대흥행으로 국내 게임사 최초로 연 매출 4조원을 돌파했다.업계 관계자는 "2017년부터 한한령 해제를 점치는 시각은 꾸준히 있었지만 매번 이렇다 할 변화는 없었다"면서도 "작년부터 판호 발급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기류가 변했고, 혼란스러운 글로벌 상황과 맞물려 중국과의 화해 무드가 급물살을 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에는 출시 후 뒤늦게 판호가 발급되는 탓에 트렌드에 맞는 게임을 중국에 선보이기 힘들다는 한계가 있었지만, 이 문제가 해소된다면 한국 게임사들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서울시의 통큰 지원..예비 부모를 위한 사업 확대
서울시는 올해 예비 부모 3만8000명을 대상으로 ‘엄마아빠 북(Book)돋움’ 사업을 확대하여 운영한다고 11일 밝혔다. 이 사업은 2019년 ‘서울시 북스타트’로 시작된 대표적인 독서문화정책으로, 출산과 양육을 준비하는 가정에 필요한 독서 자료를 제공하는 프로젝트다. 올해는 ‘책 상자(박스)’ 전달뿐만 아니라 매월 온라인 육아 강연 프로그램도 제공하며 사업을 한층 강화했다.‘엄마 북돋움’ 사업은 임산부와 예비 부모를 대상으로 책을 전달하고 육아 정보도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매년 많은 부모들 사이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책 상자에는 예비 부모와 양육자가 필요로 하는 육아와 임신, 출산에 대한 정보를 담은 도서들이 포함된다. 이 책 상자는 서울시가 선정한 전문가들에 의해 선정된 엄마아빠 책 1권, 우리 아이를 위한 그림책 2권, 그리고 서울시의 육아정책 정보를 담은 책 1권이 들어가 있다. 지난해에는 서울시 출생아 수의 92.5%인 3만9382명의 예비 부모에게 책 상자가 전달됐다.기존에는 책을 수령하기 위해 양육자가 도서관이나 주민자치센터를 직접 방문해야 했지만, 이제는 온라인 신청을 통해 집으로 택배로 전달받을 수 있게 되었다. 서울시 맘케어(임산부 교통비) 시스템과 연계하여 편리하게 책을 받을 수 있도록 하여, 편부모, 조손가정 등 다양한 가족 형태를 지원한다. 이를 통해 서울시는 임산부와 양육자들의 편의성을 대폭 향상시켰다.올해 제공되는 책 상자에는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집필한 실용서, 아빠의 육아 경험담을 담은 에세이, 태교 동화 등 다양한 도서들이 포함되어 있어 부모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엄마아빠 책은 독서·육아 전문가 8명과 2068명의 시민 투표를 거쳐 최종 10종이 선정되었고, 우리 아이 첫 책은 태교와 출산 후 아이와 소통하는 데 도움이 되는 그림책 11종으로 구성되었다.올해는 책 상자 제공에 더해 매월 ‘부모성장 프로젝트: 육아를 이해하는 7가지 키워드’라는 온라인 강연 프로그램도 신설된다. 이 강연은 매월 첫 번째 수요일에 개최되며, ‘아기와의 교감’, ‘감정 조절’, ‘의학 정보’, ‘육아 철학’, ‘그림책 읽기’, ‘아기의 창의력’, ‘놀이 발달’ 등 다양한 육아 주제를 다룬다. 특히 육아로 외출이 어려운 양육자들을 위해 온라인으로 진행되어, 집에서도 손쉽게 참여할 수 있다. 해당 강연의 세부 내용은 3월 4주부터 서울도서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울시는 이번 강연을 통해 부모들이 육아에 관한 궁금증을 해소하고, 공통의 관심사로 연결되어 육아의 고립감을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25개 자치구 공공도서관에서도 각 지역 특성에 맞는 ‘엄마아빠 북돋움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더 많은 부모들이 양육에 대한 정보와 경험을 나누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한다.이와 함께 서울시는 책 상자 외에도 매월 추천 도서를 제공한다. 이 추천 도서는 서울도서관 사서와 육아·독서 전문가들이 엄선하여 양육자들에게 폭넓은 독서 경험을 제공한다. 또한, 서울시의 ‘몽땅정보만능키’ 누리집을 통해 추천 도서를 확인할 수 있다.서울도서관은 지난해 책상자를 받은 650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97.7%가 ‘육아 정보가 필요한 시기에 수령해 좋았다’고 답했으며, 98.4%는 ‘서울시가 아기와 부모를 신경 써주는 것 같아 든든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또한, 95.3%는 ‘출산과 양육 과정에서 도서관의 도움을 계속 받을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커졌다’고 응답했다.서울시는 ‘엄마아빠 북돋움’ 사업이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책을 통해 부모와 아이가 함께 성장하는 시간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마채숙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엄마아빠 북돋움’은 임신과 육아의 중요한 순간을 책으로 응원하고, 책과 함께하는 행복한 일상이 보편화되도록 하는 서울시의 독서문화 정책”이라며, “서울에서 태어나는 아기는 누구나 책과 함께 인생의 출발을 맞이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 서울에 상륙한 미라이짱, 귀여운 표정 뒤 반전 매력 선보여
일본의 유명 사진작가 카와시마 코토리(45)가 서울 종로구 부암동 서울미술관에서 첫 개인전을 개최했다. 이번 전시는 그가 지난 20년 동안 촬영한 다양한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로, 그의 독특한 시각과 감성을 엿볼 수 있는 전시다. 카와시마의 작품은 주로 소박한 일상과 사람들의 순수한 감정을 담고 있으며, 이번 전시에서도 그가 그동안 담아온 세계를 엿볼 수 있다.카와시마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것은 바로 '미라이짱' 시리즈이다. 미라이짱은 카와시마가 2년 동안 일본 니가타현 사도가섬에서 촬영한 어린 소녀 츠바키를 모델로 한 작품이다. 츠바키는 카와시마의 렌즈에 의해 ‘미래에서 온 아이’라는 뜻을 담아 ‘미라이짱’이라는 애칭을 얻었다. 미라이짱의 얼굴에는 늘 순수함과 무구함이 묻어났고, 그 모습은 콧물이 흐르거나 눈에 눈물이 고이는 등 장난스럽고 꾸밈없는 모습들로 표현되었다. 이 작품은 2011년에 첫 출간되었고, 12만 부 이상 팔리며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미라이짱의 자연스럽고도 귀여운 모습은 당시 일본에서 대히트를 쳤으며, 이후 카와시마는 이 아이의 성장 과정과 그 모습을 담은 사진들로 전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이번 전시에서는 카와시마가 미라이짱을 유럽 여러 나라에서 촬영한 ‘보칼리제’ 연작도 만나볼 수 있다. 미라이짱은 프랑스, 영국, 핀란드 등 유럽 여행 중 촬영되었으며, 그 당시 미라이짱의 얼굴에는 유럽의 푸르른 하늘과 여름의 기운이 담겨 있었다. 이 작품은 미라이짱이 단순히 일본의 소녀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인 아이콘으로 자리잡았음을 보여준다. 이 연작은 13년 만에 사진집으로 발간되었으며, 미라이짱의 천진난만한 표정과 순수한 감정이 투명하게 드러난다.전시의 또 다른 중요한 작품은 ‘사랑랑’이다. ‘사랑랑’은 카와시마가 서울에서 촬영한 작품으로, 그가 서울에서의 삶과 일상을 카메라에 담아낸 결과물이다. ‘사랑랑’은 일본어로 ‘사랑’과 ‘사람’을 의미하는 단어를 결합한 것으로, 카와시마가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상황에서 겪은 언어적 혼란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은 서울이라는 도시가 주는 빠르고 강한 에너지를 배경으로, 그의 일상적인 촬영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한 결과물이다. 카와시마는 서울에서 구름, 노을, 오래된 간판 등 소소한 일상들을 포착하며, 서울의 활기찬 에너지를 따뜻하고 감성적인 분위기로 재해석했다. 그는 이번 작업에서 필름 카메라 외에도 디지털 카메라와 고해상 필름 카메라 등 다양한 장비를 사용하며, 영상 작업도 처음으로 시도했다. 서울의 거리를 걷고, 그곳에서 느껴지는 감정을 사진과 영상에 담아내며 카와시마는 서울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았다. 이번 전시에서 카와시마는 ‘사랑랑’을 처음 공개했으며, 이를 통해 서울의 일상적이고 소소한 순간들을 포착한 작품들이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 있다. 그는 서울의 고유한 에너지를 사진과 영상 속에서 새롭게 담아내며,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중함과 일상적 아름다움을 강조했다.또한, 이번 전시에서는 카와시마의 초기작인 ‘베이비 베이비’를 포함해 일본의 유명 배우 나카노 타이가와 우스다 아시미와의 작업 등 20여 년간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이 작품들은 카와시마가 예술적으로 성장해온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작품들로, 그가 일관되게 추구해온 순수함과 소박함이 잘 드러난다. 그의 작품들은 사람들의 감정, 일상의 아름다움, 그리고 순간의 소중함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카와시마는 이번 전시에서 총 309점의 작품을 공개하며, 그동안의 사진작가로서의 여정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카와시마의 작품들은 그가 어떤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는지, 그리고 그 시각을 어떻게 사진을 통해 표현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의 작품은 많은 이들에게 따뜻하고 감성적인 여운을 남기며,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시각과 영감을 제공한다. 이번 전시는 오는 10월 12일까지 서울미술관에서 열리며, 카와시마의 예술 세계를 깊이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다.
- '여사장의 탄생' 전쟁 속 생존형 창업기
가부장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집안일을 도맡던 여성들이 경제인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은 채 한 세기도 되지 않는다. 특히 사업체를 운영하는 여성들을 지칭하는 ‘여사장’이라는 단어는 한국전쟁 이후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여성학 박사인 김미선 이화여대 연구교수는 신간 『여사장의 탄생』을 통해 한국 경제사와 여성 노동사에서 오랫동안 배제된 여사장의 발자취를 조명한다.저자는 여사장의 등장이 일제강점기 이후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여성들이 자영업에 뛰어들면서 시작됐다고 분석한다. 독립운동이나 국가 동원 등으로 인해 남편이 부재했던 상황에서 여성들은 가정 경제를 책임져야 했으며, 돈이 되는 일이라면 가리지 않고 뛰어들었다. 이러한 경향은 6·25 전쟁을 거치면서 더욱 두드러졌다. 1949년 상업 종사 여성은 8만1204명에 불과했지만, 전쟁 중인 1951년에는 59만3264명, 1952년에는 59만7257명으로 증가했다. 이는 불과 3년 만에 7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로, 전쟁과 남성의 부재가 여성의 경제 활동을 촉진하는 계기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당시 여사장들이 할 수 있었던 일은 전통적으로 여성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음식 조리와 의류 제작이 대부분이었다. 난전에서 전이나 국밥을 만들어 팔거나 길모퉁이에 재봉틀을 놓고 즉석에서 옷을 판매하는 방식이었다. 또한, 일부 여성들은 미용 기술을 활용해 파마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경제활동을 이어갔다. 이처럼 전쟁 중에도 상당한 수익을 올린 여성들이 있었지만, 여전히 여성의 역할은 가정 내에 머물러야 한다는 사회적 편견이 강하게 작용했다. 이들은 경제활동을 하면서도 여전히 가사, 출산, 육아 등의 역할을 떠안아야 했고, 이러한 부담은 여성 기업인들의 사업 확장을 어렵게 만들었다.1980년대 이후에는 ‘여성 경영인’이라는 개념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재벌기업이 부상하면서 재벌가 여성들이 경영에 참여하는 사례가 늘어났고, 대표적으로 애경그룹의 장영신 회장과 현대그룹의 현정은 회장이 있다. 이들은 남성 중심의 경제 구조 속에서도 기업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여성 기업인의 입지를 넓혔다.최근에는 20~30대 젊은 여성들의 창업이 증가하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과거의 여사장들이 생계를 위한 자영업에 주력했던 것과 달리, 현재의 여성 창업가들은 자아실현과 성장을 목표로 창업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한, 노동 시장에서의 차별적 대우와 지속적인 자기 증명의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안으로 창업을 고려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변화는 2000년대 이후 인터넷 쇼핑몰 등의 기술적 발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여사장의 탄생』은 한국 경제사에서 간과되어 온 여성 경제인의 역사를 조명하며, 오늘날 여성들이 기업가로서 성장하는 과정에서 직면한 도전과 변화를 깊이 있게 탐구한다. 여성들의 경제 활동이 단순한 생계 유지에서 벗어나, 자아실현과 사회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연구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