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전시
- 박완서가 말하는 찐 여행의 의미
한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박완서의 산문집 『다만 여행자가 될 수 있다면』이 출간됐다. 이번 책은 작가의 타계 14주기를 맞아 2005년 발간된 『잃어버린 여행가방』을 새롭게 편집한 재출간본으로, 기존 수록된 글 외에도 미공개 원고 5편이 추가로 포함됐다.이 산문집은 작가가 여행을 통해 깨달은 삶의 본질과 인간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다. 남한산성과 강릉을 비롯한 국내 여행지는 물론, 개성과 백두산, 바티칸, 티베트, 에티오피아 등 세계 곳곳을 다니며 느낀 감상을 기록했다. 낯선 땅에서 마주한 다양한 문화와 사람들을 통해 행복의 의미를 찾고, 인간과 신, 종교와 믿음에 대한 깊은 사유를 펼친다.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는 작가의 미출간 원고 4편을 포함한 5편의 글이 실려 있다. ‘겨울나무 같은 사람이 되자, 삶의 봄을 만들자’에서는 어둠과 추위를 견디며 새해를 맞이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야기한다. ‘내 나름으로 누리는 기쁨’에서는 친구와 함께한 강릉 당일치기 여행을 통해 작가가 깨달은 작은 행복을 전한다. 이 밖에도 ‘어린 시절, 7월의 뱀장어’, ‘미망(未忘)에서 비롯된 것들’ 등에서 작가 특유의 섬세한 감성과 따뜻한 시선이 담긴 여행의 기록을 만날 수 있다.2부에서는 동아시아 여행을 통해 우리의 역사와 정체성을 돌아본다. ‘아, 참 좋은 울음터로구나–중국 만주 기행’에서는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의 현장을 찾아 조국을 위해 헌신했던 선조들에 대한 존경과 감사를 표현한다. 미출간 원고 ‘천지, 소천지, 그리고 어랑촌 가는 길–백두산 기행’에서는 백두산의 웅장한 자연경관과 조선족 동포들의 삶을 대조하며, 대자연 앞에서 느끼는 인간의 겸허함과 동포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다.또한 ‘십시일반의 도움을 바라며–몽골 기행’에서는 유니세프 방문단의 일원으로 몽골을 방문한 작가가 그곳의 열악한 교육·위생 환경을 접하며, 과거 개발도상국이었던 한국의 모습을 떠올린다. 몽골 어린이들을 위한 작은 도움이라도 모아야 한다는 절실함이 글 속에 묻어난다.3부는 작가가 이국땅에서 경험한 다양한 문화와 종교에 대한 사색을 담고 있다. ‘그 자리에 내가 있다는 감동–바티칸 기행’에서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서거 조문사절단의 일원으로 바티칸을 방문한 경험을 통해, 인간 존재의 존엄성과 신앙의 의미를 깊이 탐구한다. ‘숨쉬지 않는 땅–에티오피아 방문기’에서는 내전과 군사독재로 황폐해진 에티오피아 난민촌을 찾아가, 전쟁과 가난 속에서도 삶을 이어가는 이들의 모습을 애잔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인도네시아 방문기’에서는 쓰나미 피해를 입은 지역을 방문하며, 자연재해로 삶이 파괴된 사람들의 현실을 조명한다. 이 외에도 ‘모독(冒瀆)–티베트 기행’과 ‘신들의 도시–카트만두 기행’에서는 현지의 문화와 신앙을 존중하는 자세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낯선 문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열린 시각을 제시한다.책 전반에 흐르는 주제는 ‘여행을 통해 나를 발견하는 것’이다. 작가는 우리가 일상의 굴레를 벗어나고자 여행을 떠나지만, 결국 낯선 환경 속에서 다시금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게 된다고 말한다. 박완서는 “외국이나 외국인 앞에서 마음을 닫지 않고 그저 부드러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의 말처럼 이 산문집은 여행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다만 여행자가 될 수 있다면』은 박완서 특유의 따뜻한 문체와 깊이 있는 통찰로 여행의 본질을 탐색하는 작품이다. 낯선 곳에서 마주한 타인의 삶을 통해 우리의 모습을 되비추며, 진정한 ‘여행자’로서의 태도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이 책은 전국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구매할 수 있다.
- 아르헨티나판 '곡성'… 저주받은 부자가 찾아왔다
마리아나 엔리케스의 대작 '우리 몫의 밤'이 독자들의 가슴을 서늘하게 만들고 있다. 이 소설은 단순한 공포 문학을 넘어서 아르헨티나 군부독재 시절의 어두운 역사와 초자연적 요소를 절묘하게 결합시킨 작품이다.이야기는 1980년대 아르헨티나의 후덥지근한 여름, 후안과 그의 여섯 살 아들 가스파르의 여정으로 시작된다. 최근 의문의 사고로 어머니를 잃은 가스파르는 아직도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더욱 불안한 것은 어린 가스파르가 보기 시작한 귀신들과, 그의 아버지 후안이 숨기고 있는 수많은 비밀들이다.소설의 중심에는 '기사단'이라는 비밀 조직이 있다. 19세기 초 유럽에서 아메리카로 건너와 원주민 학살에 가담했던 이들은, 어둠의 신을 섬기며 부와 권력을 축적해왔다. 특히 충격적인 것은 이들이 군부독재 시절의 실종자들을 자신들의 의식에 이용했다는 설정이다. "독재정권의 범죄는 기사단에게 완벽한 은폐물이었다. 시체와 알리바이, 그리고 공포라는 감정의 사슬을 무한히 공급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후안은 이 기사단의 '메디움'으로, 어둠의 힘을 소환하는 영매 역할을 한다. 그의 유일한 목표는 아들 가스파르가 자신과 같은 운명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너는 내 일부를 가졌어. 저주받은 일부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우리 몫의 밤이야."라는 그의 독백은 아들을 향한 절절한 사랑과 두려움을 동시에 보여준다.흥미로운 점은 소설이 단순한 공포물에 그치지 않고 불경한 유머와 관능성도 담고 있다는 것이다. 기사단은 '이중 사슬'이라는 양성성을 중시하며, 이로 인해 후안의 매력적인 캐릭터가 더욱 부각된다. "자연이 품은 위험과 아름다움이 동시에 드러나는 일몰의 순간"같은 그의 존재는 성별을 초월한 매력으로 독자들을 사로잡는다.작품은 현대 사회의 권력 구조와 초자연적 공포를 절묘하게 결합시키며, 독자들에게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특히 국가 폭력이 자행되는 상황에서 민속신앙과 무속에 의지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포착해낸다. 천 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을 끝까지 사로잡는 강력한 서사는 현실의 공포가 때로는 초자연적 공포보다 더 끔찍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 타임리프 열풍, 이젠 전시로… '도쿄卍리벤저스 전', 국내 상륙
일본 만화 '도쿄 리벤저스' 열풍이 전시회로 이어진다. 전시 기획사 웨이즈비는 다음 달 29일부터 서울 마포구 홍대 덕스에서 국내 최초로 '도쿄卍리벤저스 전(展)'을 개최한다고 19일 밝혔다.'도쿄 리벤저스'는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일본 '주간 소년 매거진'에서 연재되며 누적 발행 부수 8천만 부를 돌파한 인기 만화다. 보잘것없는 삶을 살던 26살 청년 타케미치가 12년 전 중학교 시절로 타임리프하여 죽음의 운명을 바꾸려는 고군분투를 그린 이 작품은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로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만화의 인기에 힘입어 TV 애니메이션, 영화, 연극 등 다양한 콘텐츠로도 제작되어 큰 사랑을 받았다.이번 전시회에서는 '도쿄 리벤저스'의 매력을 한층 더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볼거리를 준비했다. 특히 원작자 와쿠이 겐 작가의 미공개 삽화를 비롯해 복제 원화 50여 점, 그리고 캐릭터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재현한 3D 모형 인형 등이 전시되어 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한 전시 공간 내에 '도쿄 리벤저스' 테마 카페를 마련하여 작품 속 분위기를 그대로 느끼며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했다.웨이즈비 관계자는 "'도쿄 리벤저스'는 단순한 만화를 넘어 한 세대를 풍미한 하나의 문화 현상"이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국내 팬들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하고, 작품의 감동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밝혔다.'도쿄卍리벤저스 전'은 6월 29일까지 홍대 덕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자세한 전시 정보 및 티켓 예매는 추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 넷플릭스에 '도전장' 내민 치지직의 역대급 신무기 '이것'
네이버의 스트리밍 플랫폼 '치지직'이 MBC의 레전드 예능 콘텐츠를 수급하며 콘텐츠 혁신에 나섰다. 17일 치지직은 MBC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무한도전', '나 혼자 산다', '거침없이 하이킥', '지붕 뚫고 하이킥' 등 4개의 대표 예능 시리즈를 독점 스트리밍한다고 발표했다.이번 콘텐츠 도입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VOD 서비스와는 완전히 다른 혁신적인 방식을 채택했다는 점이다. 치지직은 각 예능 프로그램별로 독립된 채널을 개설하여 24시간 연중무휴로 콘텐츠를 스트리밍한다. 이는 마치 케이블 TV의 전문 채널처럼 시청자들이 언제든 원하는 시간에 접속해 좋아하는 예능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치지직만의 차별화된 '같이보기' 기능이다. 이 기능을 통해 스트리머들은 자신의 팬들과 함께 실시간으로 예능을 시청하며 소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무한도전의 레전드 에피소드를 보면서 스트리머가 실시간으로 코멘터리를 하고, 시청자들과 추억을 나누는 새로운 형태의 시청 경험이 가능해진 것이다.이번에 도입되는 4개의 예능 프로그램은 모두 방영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을 뿐만 아니라, 종영 후에도 각종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꾸준히 회자되는 스테디셀러급 콘텐츠다. '무한도전'의 경우 2006년부터 2018년까지 13년간 방영되며 한국 예능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나 혼자 산다'는 현재까지도 금요일 예능의 최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거침없이 하이킥'과 '지붕 뚫고 하이킥' 역시 시트콤의 황금기를 이끈 대표작으로 꼽힌다.치지직의 이번 전략은 단순한 콘텐츠 확보를 넘어 플랫폼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기존의 게임 중심 스트리밍에서 예능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도입함으로써, 플랫폼의 외연을 확장하고 새로운 이용자층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MBC의 인기 예능이 가진 폭넓은 연령대의 팬층을 치지직의 새로운 이용자로 유입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네이버 치지직의 김정미 리더는 "이번 콘텐츠 도입을 통해 스트리머들이 더욱 다채로운 방송을 진행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검증된 인기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수급하여 이용자들에게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치지직은 이번 MBC와의 협약을 시작으로, 향후 더 많은 방송사 및 제작사들과의 제휴를 통해 콘텐츠 라인업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 "오 이거 완전 힙해" MZ, 2000년대 레트로에 꽂혔다!
디지털 네이티브로 불리는 MZ세대 사이에서 의외의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 최첨단 스마트폰 대신 10년도 더 된 구형 휴대폰을 찾는 '영트로(Young+Retro)' 현상이 그것이다. 이는 단순한 일시적 유행을 넘어 젊은 세대의 새로운 문화 코드로 자리잡고 있다.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아이폰 SE병'이라는 신조어의 등장이다. 2016년 출시된 아이폰 SE 1세대를 향한 MZ세대의 열망을 표현한 이 용어는, 최신 기술보다 감성적 가치를 중시하는 젊은 층의 소비 성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대학생 김민정(21)씨는 "스티브 잡스 시대의 디자인이 주는 빈티지한 매력이 최신 아이폰과는 비교할 수 없다"고 말한다.구형 아이폰의 인기는 실제 중고시장 가격에서도 확인된다. 출시 당시 80만원대였던 아이폰 SE 1세대는 현재 중고시장에서 20만원을 웃도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10년이 지난 아이폰 6S의 거래량이 전년 대비 28% 증가했다는 점이다. 번개장터의 데이터에 따르면 등록 건수는 무려 519%나 폭증했다.이러한 영트로 현상은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특히 걸그룹 뉴진스가 'Ditto' 뮤직비디오에서 보여준 레트로한 영상미가 젊은 층의 구형 디지털 카메라 수요를 폭발적으로 증가시켰다.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는 이제 20대들의 새로운 성지가 되었다.40년 경력의 중고 카메라 상인 김민호씨는 "과거에는 공짜로 처분하던 카메라들이 이제는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된다"며 "5만원하던 카메라가 15만원까지 올랐다"고 전했다. 이는 단순한 가격 상승이 아닌, 아날로그 감성에 대한 MZ세대의 갈증을 보여주는 지표다.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MZ세대만의 독특한 문화 해석으로 분석한다. 이은희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들은 낡음과 새로움의 경계를 허물고, 과거의 제품을 재해석해 자신만의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MZ세대들은 구형 기기들을 단순한 도구가 아닌,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문화적 아이콘으로 활용하고 있다.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이들이 추구하는 것이 단순한 향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디지털 네이티브인 MZ세대는 실제로 경험해보지 못한 과거의 아날로그 감성을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버튼으로 조작하는 물리적 터치감, 빛바랜 듯한 사진의 색감,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감 등은 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이자 특별한 가치로 다가온다.
- 국립현대미술관, 거장의 창작 비하인드 대방출
국립현대미술관(MMCA)이 2024년 첫 MMCA 필름앤비디오 프로그램으로 ‘창작의 순간-예술가의 작업실’을 선보인다. 이번 프로그램은 세계적인 영화 거장들이 예술가들의 창작 과정을 담아낸 작품들을 엄선해 상영하는 기획전으로, 오는 2월 14일부터 5월 24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MMCA영상관에서 진행된다.국립현대미술관 측은 “이번 프로그램은 예술가들이 새로운 작품을 창조하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도전과 혁신의 순간을 담은 작품들로 구성됐다”며 기획 배경을 설명했다.첫 번째 상영작은 앙리-조르주 클루조 감독의 ‘피카소의 비밀’(1956)이다. 이 작품은 거장 파블로 피카소가 캔버스 위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현해 나가는 과정을 밀착 조명한 다큐멘터리로, 1956년 칸영화제에서 특별심사위원상을 수상한 바 있다.이어 핀란드 건축계의 거장 알바 알토와 그의 아내이자 동료 건축가인 아이노 알토의 창작 과정을 탐구하는 다큐멘터리 ‘알토’(2020), 폴란드 아방가르드 미술의 선구자 스트르제민스키와 그의 제자들의 관계를 조명한 안드레이 바이다 감독의 유작 ‘애프터이미지’(2016)도 상영된다. 또한 독일 현대미술 거장 안젤름 키퍼의 작업실을 배경으로 그의 예술적 근원을 탐구한 3D 영화 빔 벤더스 감독의 ‘안젤름’(2023)도 관객과 만난다. 무용과 음악 등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창작의 순간을 포착한 작품들도 준비되어 있다. 샹탈 아커만 감독의 ‘어느 날 피나가 말하길...’(1983)은 독일 표현주의 무용가 피나 바우쉬와 그녀의 무용단 부퍼탈을 기록한 작품으로, 현대 무용의 새로운 장을 연 피나 바우쉬의 예술 세계를 깊이 있게 조명한다. 또한 2022년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아니 에르노가 아들과 함께 제작한 ‘수퍼 에이트 시절’(2022)은 1972년부터 1981년 사이 촬영된 홈 비디오 영상을 재구성한 작품으로, 한 개인의 기억과 시대적 흐름을 담아낸다.음악을 주제로 한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리사 로브너 감독의 ‘일렉트로니카 퀸즈: 전자 음악의 여성 선구자들’(2020)은 오늘날 우리가 음악을 만들고 소비하는 방식을 혁신적으로 바꾼 여성 작곡가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또한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 백남준의 삶과 예술 세계를 조명한 어맨다 킴 감독의 ‘백남준: 달은 가장 오래된 TV’(2023)도 상영 라인업에 포함됐다.이번 프로그램에서는 단순한 영화 상영을 넘어 창작의 과정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연계 강연과 대담이 진행된다. 영화학자 이윤영(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 건축가 박희찬(스튜디오 히치 디렉터), 헤레디움 함선재 관장, 신유진 작가, 어맨다 킴 감독 등 국내외 전문가들이 참여해 영화 속 창작 과정과 시대적 맥락을 탐구하는 ‘스크리닝 & 토크’ 프로그램을 선보인다.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는 “이번 상영 프로그램을 통해 관객들이 예술가들의 작업실을 들여다보며 창작의 순간을 체험하는 특별한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며 “영화와 대담을 통해 예술과 창작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길 바란다”고 밝혔다.‘창작의 순간-예술가의 작업실’ 프로그램의 자세한 일정과 예매 방법은 국립현대미술관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일상의 몸짓에 깃든 삶의 의미" 양정욱, '올해의 작가상' 품다
국립현대미술관(MMCA)과 SBS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하는 '올해의 작가상 2024'의 영예는 움직이는 조각을 통해 삶의 의미를 전하는 양정욱 작가에게 돌아갔다.양정욱 작가는 일상적인 움직임에 이야기를 불어넣은 독창적인 조각 작품으로 주목받아 왔다. 그의 작품은 단순한 형태를 넘어 삶의 애환과 희망을 담아내며 보는 이들에게 깊은 공감과 위로를 선사한다.현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진행 중인 '올해의 작가상 2024' 후보 작가 전시에서 양 작가는 신작 '아는 사람의 모르는 밭에서', '서로 아껴주는 마음'을 비롯해 '일시적인 약도', '기억하려는 사람의 그림' 등 작품 세계를 아우르는 대표작들을 선보였다. 특히, 고단한 현실 속에서도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내며 관람객들의 호평을 받았다.김해주 싱가포르아트뮤지엄 선임 큐레이터는 양 작가의 작품에 대해 "위로를 전하는 예술의 힘을 다시금 일깨워준다"고 평했으며, 루바 카트립 뉴욕현대미술관 PS1 큐레이터는 "국제 무대에서 더욱 활약할 가능성이 큰 작가"라고 극찬했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 또한 "양정욱 작가는 평범한 일상과 이상적인 꿈을 조화롭게 엮어내어 가장 인간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한다"고 평가했다.'올해의 작가상'은 한국 현대미술의 미래를 이끌어갈 역량 있는 작가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권위 있는 상으로, 매년 4명의 후보 작가를 선정하여 신작 제작 및 전시 기회를 제공하고 최종 수상자를 선정한다. 올해는 양정욱 작가를 포함하여 윤지영, 권하윤, 제인 진 카이젠 작가가 후보에 올라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선보였다.'올해의 작가상 2024' 후보 작가 전시는 10월 23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개최되며, 한국 현대미술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 제2의 강수진' 탄생… 박윤재, 로잔 콩쿠르 제패하며 세계로 날아오르다
'발레 올림픽'으로 불리는 스위스 로잔 국제 발레 콩쿠르 무대 위, 앳된 얼굴의 한국 소년이 좌중을 압도했다. 고난도 동작을 가볍게 소화하는 탄탄한 기량, 음악에 완벽히 몰입한 섬세한 표현력에 관객들은 숨죽인 채 무대에 빠져들었다. 주인공은 바로 만 16세의 발레리노 박윤재 군이다. 그는 지난 8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2025 로잔 콩쿠르'에서 한국 남자 무용수 최초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세계 발레계에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박윤재 군은 이번 콩쿠르에서 고전과 현대를 넘나드는 폭넓은 기량을 선보였다. 결선 무대에 오른 그는 먼저 '파리의 불꽃' 중 남성 무용수의 기교를 극대화한 화려한 독무를 선보이며 객석을 뜨겁게 달궜다. 이어 킨슨 찬 안무의 '레인'에서는 절제된 동작과 섬세한 감정 연기로 180도 다른 매력을 발산하며 찬사를 받았다.심사위원들은 "뛰어난 신체 조건과 타고난 재능, 끊임없는 노력이 만들어낸 결과"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185cm의 큰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워풀한 점프와 정확한 테크닉, 음악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석은 심사위원들은 물론 경쟁자들까지 감탄하게 만들었다.어릴 때부터 발레 신동으로 불린 박윤재 군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재교육원, 계원예중을 거쳐 현재 서울예고에서 발레 유망주들을 다수 배출한 리앙 시후아이 선생님의 지도를 받고 있다. 그는 이번 우승으로 세계적인 발레 학교에서 수학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박윤재 군은 "어릴 적 꿈에 그리던 로잔 콩쿠르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도 영광인데, 이렇게 큰 상까지 받게 되어 믿기지 않는다"며 "앞으로 더욱 노력하여 세계적인 무용수로 성장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한편, 로잔 콩쿠르는 1973년 시작된 이래 세계적인 무용수들을 배출한 권위 있는 대회다. 한국에서는 1985년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이 동양인 최초로 입상하며 주목받았고, 이후 김유진(2005년), 박세은(2007년)이 우승을 차지하며 한국 발레의 위상을 높였다. 박윤재 군의 이번 쾌거는 한국 발레의 밝은 미래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동시에 '제2의 강수진' 탄생을 기대하게 한다.
- 죽은 남자가 사랑한 두 여자의 '비밀'... '러브레터'의 충격적 반전
일본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러브레터'(1995)가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최근 주연배우 나카야마 미호의 안타까운 별세 소식과 함께, 영화가 담고 있는 깊은 서사와 상징성이 재조명되고 있다.'러브레터'는 단순한 로맨스 영화가 아닌, 인간의 기억과 감정, 그리고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는 철학적 작품이다. 영화는 두 명의 이츠키를 중심으로 펼쳐지는데, 한 명은 조난 사고로 세상을 떠난 남자 이츠키이고, 다른 한 명은 그의 중학교 시절 동명이인이었던 여자 이츠키다.이야기는 히로코가 죽은 약혼자 이츠키의 옛 주소로 보낸 편지에서 시작된다. 놀랍게도 답장이 돌아오고, 이는 과거 이츠키와 같은 반이었던 여자 이츠키로부터였다. 이 우연한 편지 교환은 두 여인의 삶을 뒤흔들며, 잊혀진 과거의 기억들을 하나둘 되살린다.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여러 상징적 장치들이다. 도서 대출 카드에 새겨진 이름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그리고 '푸른 산호초'라는 노래까지. 이 모든 요소들은 단순한 소품이 아닌, 깊은 의미를 내포한 상징으로 작용한다.특히 '푸른 산호초'는 영화의 핵심을 관통하는 중요한 모티프다. 이츠키가 마지막 순간에 불렀다는 이 노래는 "남쪽의 바람을 타고 달려가네"라는 가사처럼, 고베에서 오타루로 향하는 그의 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1500km나 떨어진 두 도시는 단순한 물리적 거리를 넘어, 현재와 과거, 삶과 죽음을 가르는 상징적 거리로 작용한다.영화는 또한 도플갱어 모티프를 통해 정체성과 존재의 문제를 탐구한다. 히로코와 여자 이츠키의 놀라운 외모적 유사성은 단순한 우연이 아닌, 그들이 공유하는 깊은 정신적 연결성을 암시한다. 이는 불일불이(不一不二)의 세계관을 통해 더욱 깊이 있게 표현된다.마지막으로, 영화는 기억의 본질에 대해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한다. 우리가 영화의 모든 장면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기억은 파편적이고 불완전하다. 하지만 그 불완전한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완전한 형식을 이루듯, 영화도 관객의 기억 속에서 특별한 의미로 재구성된다.
- '성조기' 벗어던진 캡틴 아메리카, 당신은 누구 편입니까?
마블 영화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12일 개봉)가 정치적 논쟁의 한가운데 섰다. 흑인 배우 앤서니 매키가 첫 흑인 캡틴 아메리카를 맡아 새로운 시대를 예고했지만, 그의 발언이 미국 사회의 뿌리 깊은 갈등을 건드리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발단은 지난달 로마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였다. 매키는 "캡틴 아메리카는 많은 것을 상징하지만, '미국'이 그 중 하나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명예, 품위, 존엄성, 성실함을 갖춘 한 남자의 이야기"라고 강조했다.그의 발언은 곧바로 미국 사회의 '뜨거운 감자'인 정치적 올바름(PC) 논쟁으로 비화했다. 보수층은 "반미주의자", "워크 배우"라며 맹비난을 퍼부으며 보이콧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미국을 상징하는 영웅이 어떻게 미국을 대표해서는 안 되느냐"는 것이다. 반면, "미국 정부에 맞서 싸워온 캡틴 아메리카는 이상적인 미국의 가치를 상징할 뿐 특정 국가의 전유물이 아니다"라며 매키를 옹호하는 목소리도 높다.논란이 확산되자 매키는 "자랑스러운 미국인이며, 캡틴 아메리카는 평생의 영광"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가장 미국적인 영웅'을 둘러싼 논쟁은 단순한 해프닝을 넘어 미국 사회의 '단층'을 드러냈다는 분석이다.'캡틴 아메리카'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와 맞서 싸운 미국 만화 속 영웅이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방패에는 성조기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이 때문에 캡틴 아메리카는 오랫동안 미국의 힘과 정의를 상징하는 존재로 여겨져 왔다.그러나 최근 미국 사회에서는 '미국적 가치'에 대한 재정립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인종차별, 사회 불평등 등 해묵은 문제들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현실 속에서 '미국 우선주의'는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라는 비판이 나온다.이러한 맥락에서 흑인 배우가 캡틴 아메리카를 맡은 것은 단순한 캐스팅 변화를 넘어 '새로운 미국'을 향한 열망을 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매키의 발언 역시 캡틴 아메리카를 특정 국가의 영웅이 아닌 보편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인류의 영웅'으로 재해석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영화 속에서도 현실 정치를 연상시키는 장면들이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붉은 헐크로 변신한 로스 대통령이 백악관을 파괴하는 장면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한다는 반응이다. 제작사인 디즈니는 정치적 해석을 경계하며 "액션과 놀라움에 집중했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정치적 올바름(PC)'을 추구해온 디즈니의 행보가 오히려 '역풍'을 맞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백설공주', '모두의 리그' 등 디즈니의 다른 작품들도 PC 논쟁에 휘말리며 흥행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는 단순한 히어로 영화를 넘어 미국 사회의 자화상을 보여주는 거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과연 캡틴 아메리카는 분열된 미국 사회를 하나로 통합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을까? 답은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