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20대 노후를 죽이는 연금 개혁, 여야의 엇갈린 해법
여야가 국민연금 개혁을 둘러싼 논의에서 또 다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민주당은 "모수개혁부터 빠르게 진행하자"는 입장을, 국민의힘은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을 동시에 해야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며 맞서고 있다.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에 대해 공청회를 열고 연금개혁 문제를 논의했다. 여야 간 논의는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오랫동안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으며, 저출생과 고령화로 인한 연금 재원 고갈 우려 속에서 정치권의 합의가 중요해지고 있다.정부는 연금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42%로 조정하는 개혁안을 제시했다. 여야는 '보험료율'에 대해선 어느 정도 합의를 보였으나, 소득대체율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이고 있다.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대부분 법안에서 보험료율 13%에 동의하지만, 소득대체율에 대해서는 42%에서 54%까지 다양한 안이 존재한다”며 "모수개혁부터 해야 연금개혁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50% 수준으로 소득대체율을 올려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은선 경기대 교수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국제적으로도 최하위에 속한다"고 주장하며, 이를 50%로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여당은 자동조정장치가 연금삭감장치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 장치는 물가상승률을 연금액에 반영하지 않고, 연금액 인상률을 조정하는 제도로, 물가상승률보다 적은 인상률을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를 자동삭감장치라고 비판하며 철회를 주장했다.국민의힘은 모수개혁이 일시적인 방안에 불과하며, 구조개혁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IMF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국가 부채는 2070년에 GDP 대비 200%에 달할 것"이라며, 소득대체율을 40%로 유지하려면 보험료율을 22.8%로 올려야 한다고 분석했다. 또한, 구조개혁으로 기초연금과 퇴직연금을 고려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정부는 보험료율을 세대별로 차등 인상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며, 청년층의 불만을 줄이기 위해 출산·군복무 크레딧 제도를 도입하려고 했으나, 민주당은 이를 반대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연금개혁을 논의하기 위해 상설특위를 신설하자는 입장을 내놓았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연금개혁은 다양한 부처와 상임위가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특위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이처럼 여야 간의 이견이 계속되면서, 국민연금 개혁은 여전히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 설 연휴, 인천공항 가기 전 호텔부터? '호텔 대기족' 급증 배경은
사상 최대 규모의 설 연휴 해외여행객이 몰려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공항 혼잡을 피하려는 여행객들이 늘어나 공항 인근 호텔은 이미 '예약 전쟁'이 끝났다. 특히 출국 전날 공항 근처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려는 '호텔 대기족'까지 가세하면서 숙박업계는 때아닌 특수를 맞았다.24일 인천공항 인근 캡슐호텔들은 설 연휴 기간(1월 23일~30일) 예약이 일찌감치 마감됐다. 인천공항 내에 위치한 '다락휴 캡슐호텔 바이 워커힐'은 1, 2터미널 모두 8일간 전 객실 예약이 완료됐고, 인근 A캡슐호텔 역시 만실을 기록했다. 캡슐호텔은 1인당 4~6만 원대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어, 혼자 여행하는 여행객이나 환승객들에게 인기가 높다.특급 호텔 역시 높은 예약률을 보이며 '호텔 대란'에 동참했다. 인천공항과 셔틀버스로 연결되거나 차로 10~15분 거리에 위치한 파라다이스시티와 네스트 호텔은 설 연휴 기간 평균 90%가 넘는 투숙률을 기록했다. 네스트 호텔 관계자는 "사실상 만실 상태"라며 "연휴 기간 호캉스 수요까지 겹쳐 출국 대기 손님만으로 만실이 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공항 이용객 증가가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하다"고 전했다.이처럼 여행객들이 공항 인근 호텔로 몰리는 이유는 최근 인천국제공항의 심각한 혼잡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난 해외여행 수요에 비해 공항 인력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탑승 수속에만 3~5시간씩 소요되는 상황이다. 과거에는 비행기 출발 2~3시간 전에 도착해도 여유로웠지만, 이제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일찍 공항에 도착하는 것이 필수가 됐다.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부에 따르면, 인천공항은 확장 개항 이후 1,135명의 인력 충원이 필요하지만 현재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인천공항공사는 다음 달 110명을 추가 배치할 계획이지만, 당장 몰려드는 설 연휴 여행객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인천국제공항공사는 설 연휴 기간 공항 혼잡 완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보안검색장 조기 오픈, 보안 검색 장비 추가 운영 등의 대책을 마련했으며, 공항철도는 설 당일인 29일과 30일 양일간 서울역과 인천공항2터미널역에서 각각 임시열차를 추가 운행하며 막차 운행 구간을 연장한다.한편,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염태영 의원이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번 설 연휴 기간(1월 24일~2월 2일) 동안 국내 6개 국제공항에서 총 134만 2,95명이 출국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로, 공항 혼잡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 '친밀한 관계'에서의 여성 폭력, 그 실태와 해결책은?
2024년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교제폭력 형사입건 건수는 2018년 1만203건에서 2023년 1만3939건으로 급증했다. 이는 단순한 수치 증가를 넘어 우리 사회가 직면한 심각한 문제를 보여준다. 특히 거절로 인한 보복성 폭력이 증가하면서,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호주 멜버른 대학 로스쿨의 헤더 더글러스 교수는 이러한 폭력의 근본 원인을 성불평등한 사회구조에서 찾는다. 그는 가해 남성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들이 가부장적 사고방식을 강하게 보유하고 있으며, 여성에 대한 통제력 상실에 대한 불안과 분노가 폭력의 주요 동기가 된다고 분석했다.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호주의 '강압적 통제' 개념 도입이다. 2025년부터 퀸즐랜드주에서는 이를 범죄로 규정하여 최대 14년형까지 선고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단순한 신체적 폭력을 넘어서 일상적 통제, 고립, 모욕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이다.더글러스 교수가 특별히 강조하는 것은 '비치명적 목졸림(NFS)'의 위험성이다. 이는 즉각적인 사망에 이르지 않더라도 장기적으로 심각한 신경 손상과 정신적 트라우마를 초래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폭력 형태다.호주의 사례는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그들은 가정폭력을 더 이상 사적인 문제로 치부하지 않으며,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가 집에서 나가야 하는 등 실질적인 제도적 변화를 이뤄냈다. 이는 여성의 경제적 독립성 증가와 페미니즘 의식 향상, 그리고 무엇보다 확고한 법적 체계 확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전문가들은 이러한 폭력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테러 대응만큼이나 중요한 국가의 기본 책무로 보고 있으며, 이는 국민의 생존과 안전을 보장하는 가장 기본적인 의무라는 것이다.
- 결국 또 오르는 대학 등록금, 교육부 대책 없이 한숨만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대학 총장들과의 회의에서 등록금 인상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점을 사과하며, 장기적으로 등록금 정책을 자율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22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서 이 같은 입장을 전했으며, 이날 회의에는 197개 4년제 대학 중 131개 대학의 총장과 부총장이 참석했다. 총회에서는 등록금 인상과 대학 재정 문제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뤘다.대학들의 재정난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로 발생하고 있다.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학생 수 감소이다. 저출산과 학령인구의 지속적인 감소로 인해 대학의 입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수익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또한, 정부의 지원금이 제한적이고, 국립대의 경우에는 특히 예산이 부족해 지속 가능한 재정 운용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대학들이 재정적 압박을 받으면서 시설 유지와 교육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최근 서울의 주요 사립대들이 등록금을 인상하는 추세가 확산되면서 전국적으로 유사한 움직임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서강대, 국민대, 연세대, 고려대 등은 등록금 인상을 추진하며, 재정 안정화를 위해 등록금을 올릴 필요성이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대해 학생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는 등록금 인상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사립대들이 보유한 대규모 적립금을 학생들에게 환원할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은 등록금 인상이 학생들에게 더 큰 부담을 주는 것이라며, 등록금 동결과 학생 복지 향상을 요구하고 있다.하지만 대학 총장들은 등록금 인상과 국가장학금 지원의 연계를 풀어 등록금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이성근 성신여대 총장은 "대부분 대학들이 등록금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국가장학금과 대학 정책의 연계가 학생 부담을 오히려 가중시킨다고 지적했다. 황덕형 서울신학대 총장도 "소규모 대학이 대형 종합대학과 같은 규제를 받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며, 소규모 대학에서의 등록금 인상은 학생들이 찬성한다고 말했다.이에 대해 이 부총리는 "등록금 동결 완화를 기대하는 것을 알고 있으나, 현재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는 새로운 정책 발표가 쉽지 않다"며, 올해는 어려움이 있지만 내년에는 대학 사정을 완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와 지역혁신 중심 대학 지원체계를 통해 대학의 재정 확충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한편, 최근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경인교대는 2025학년도 등록금을 5.46% 인상하기로 결정했으며, 부산교대와 진주교대도 각각 5.49%, 5.4% 인상을 추진했다. 동국대는 2023학년도에 이어 2024학년도에도 등록금을 동결했으나, 올해 4.98% 인상하기로 했다. 동국대의 등록금 인상은 2007년 이후 처음이다.이처럼 전국적으로 등록금 인상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교육부는 대학들의 재정난을 고려하여 등록금 동결을 권고하고 있으며, 대학들은 이에 대한 대응책을 찾고 있다. 학생들은 여전히 등록금 동결과 더 나은 학내 환경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며, 대학들은 재정 자립을 위해 장기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 "명절 선물은 '선물세트 n분의 일'"...중소기업 명절 선물 대회 '성료'
유튜브 채널 '이과장'이 공개한 '중소기업 명절 선물 대회'가 뜨거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매년 설과 추석마다 진행되는 이 콘텐츠는 대한민국 중소기업의 적나라한 복지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한 중소기업 직원은 "사장님 친척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나온 반찬을 비닐봉지에 담아 나눠줬다"며 분노를 표했고, 또 다른 직원은 "회사로 들어온 협력업체 선물세트를 직원들끼리 나눠가지라고 했다"고 토로했다. 반면 일부 탄탄한 중소기업에서는 한우 세트와 수십만 원대 상품권을 지급하는 등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한국경영자총협회의 '2025년 설 휴무 실태 조사'에 따르면, 이러한 복지 격차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300인 이상 기업의 42%가 7일 이상 휴무를 부여하는 반면, 300인 미만 기업은 29%에 그쳤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설 상여금 지급 계획이다. 300인 이상 기업은 작년과 동일한 79% 수준을 유지했지만, 300인 미만 기업은 62.7%에서 60.3%로 오히려 감소했다.현장의 목소리는 더욱 처참하다. 청주의 한 반도체 기업 직원 정 모 씨는 9일간의 연휴를 받았지만, 부천의 청소용역업체 직원 백 모 씨는 겨우 이틀을 쉴 수 있다고 한다. "남들 다 쉴 때 일하는 게 서럽다"는 그의 말에서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고용노동부의 '2023년도 기업체 노동비용 조사'는 더욱 충격적인 결과를 보여준다. 1000명 이상 대기업의 직원 1인당 월평균 법정 외 복지비용이 52만 원인 반면, 30인 미만 기업은 고작 13만 원에 불과했다. 특히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이마저도 식대로 지출하고 있어, 실질적인 복지혜택은 전무한 실정이다.최근 사람인이 조사한 2024년 추석 명절 선물 지급 비용은 평균 8만 원. 현재 시중 과일 선물세트 가격(사과 5kg 6만9천 원, 배 5kg 7만9천 원)을 고려하면,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제대로 된 명절 선물조차 지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부천시에서는 '부천지역 노동공제회-일하는 사람들과 함께'라는 자발적 상호부조 조직이 등장했다. 60여 명의 회원들이 매월 회비를 모아 긴급 대출과 명절 선물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전문가들은 "복지비용의 최저기준을 법제화하고, 중소기업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며 "이대로 가다간 중소기업의 구인난과 이직률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 "QR코드 찍었다가 통장이 텅…" 설 연휴 노리는 '큐싱' 실체
서울 직장인 A씨는 설 명절을 앞두고 경기도에 사는 친척에게 선물을 전하려 방문했다가 낭패를 봤다. 잠깐 사이 차량에 붙어있던 과태료 통지서의 QR코드를 스캔한 것이 화근이었다. 이는 개인정보를 노리는 '큐싱(QR코드+피싱)' 수법이었던 것.정부가 설 연휴를 앞두고 이같은 신종 사기 수법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를 높였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의 통계에 따르면, 정부나 공공기관을 사칭한 문자 사기가 무려 162만 건으로, 전체 사기 문자의 59.4%를 차지했다. 특히 명절 시즌에는 택배 배송 조회, 공연 티켓 증정, 명절 인사 등으로 위장한 사기 수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사이버 보안 전문가들은 출처가 불분명한 QR코드나 링크를 클릭하는 순간, 스마트폰에 악성 앱이 설치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를 통해 개인정보와 금융정보가 탈취되거나, 스마트폰이 원격 조종당할 수 있으며, 자동으로 소액결제가 이뤄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특히 사기범들은 피해자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한다. 재난지원금이나 명절 승차권 예매와 같이 누구나 관심을 가질 만한 내용으로 접근해 신분증 사본이나 개인정보를 요구한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에 저장된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여권 사진도 삭제할 것을 권고한다.설 연휴에는 '배송 지연'이나 '물량 부족'을 핑계로 한 비대면 직거래 사기도 증가한다. 정부는 지나치게 저렴한 가격으로 명절 선물을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을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구매 전 반드시 고객 리뷰, 판매자 이력, 사업자 정보를 꼼꼼히 확인해야 하며, 결제 시에는 취소가 가능한 신용카드 사용을 권장한다.의심스러운 QR코드나 문자는 카카오톡 '보호나라' 채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운영하는 이 서비스는 의심스러운 링크를 입력하면 '악성', '주의', '정상' 여부를 즉시 판별해준다.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즉시 경찰청에 신고해야 한다.전문가들은 "명절 기간에는 평소보다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특히 추가 할인을 미끼로 한 현금 거래 유도나 비대면 거래는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또한 "미리 연락받지 않은 과태료나 범칙금 통지는 반드시 해당 기관에 직접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 UN도 막으려 나선 '국가폭력의 현장 철거'
UN이 한국 정부에 역사적 증거물인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의 철거 중단을 공식 요청했다. 국가가 자행한 여성인권 유린의 현장이자, 뼈아픈 역사의 증거로 보존해야 한다는 것이다.동두천 옛성병관리소 철거저지 공동대책위원회와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UN 특별보고관들의 서한 내용을 공개했다. 이는 지난해 9월 공대위와 피해자들이 제출한 긴급진정서에 대한 UN의 공식 대응이다.UN 진실정의특별보고관을 비롯한 문화권특별보고관, 여성폭력특별보고관은 지난해 11월 15일 한국 정부에 보낸 서한에서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특별보고관들은 이곳이 '위안부' 여성들을 대상으로 수십 년간 심각한 인권유린이 자행된 공공시설이라고 지적하며, 철거는 국가의 기본적 의무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건물 보존 대신 기념비 설치와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 등 대체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UN에 전달했다. 이러한 정부의 대응에 시민단체들은 "형식적이고 무책임한 답변"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특히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피해 생존자 박건희 씨의 증언은 당시의 참혹했던 실상을 여실히 보여줬다. 21살의 나이에 길거리에서 무작정 붙잡혀 성병관리소에 감금된 그는, 아무런 검진도 없이 페니실린 주사를 맞았고, 이후 두 차례나 유산을 겪었다고 털어놨다.1973년에 지어진 이 2층 건물은 한국 정부가 미군 기지촌의 성매매를 관리하면서 만든 시설이다. 당시 정부는 1961년 윤락행위방지법으로 성매매를 불법화했으나, 기지촌만큼은 예외로 두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성병 검사라는 명목 하에 여성들을 감금하고, 과다한 페니실린 투여로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었다. 쇠창살 안에 갇힌 여성들의 모습이 마치 동물원의 원숭이 같다 하여 '몽키 하우스'라는 오명까지 얻었다.현재 이 건물의 존폐를 둘러싼 논란은 지난해 8월 동두천시가 관광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철거 계획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시민단체들은 "미군 '위안부' 피해 여성들의 고통스러운 경험은 지워서는 안 될 역사적 교훈"이라며, 이 건물이 우리 사회가 반드시 기억하고 성찰해야 할 근현대사의 중요한 증거물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 '응원봉 시위 vs 서부지법 난동'...2030 정치 참여 양극화 원인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 관저 인근과 서울서부지법에서 발생한 일련의 과격 시위에서 2030 젊은 남성들의 돌발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이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이들의 조직적인 집회 참여와 과격한 선동이 기존의 보수 집회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며, 전문가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현재 보수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서부지법 난입 사태를 두고 '국민저항권 발동'을 주장하는 게시물이 끊임없이 생산되고 있다. 특히 전광훈 목사 등 특정 인사들의 발언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폭력 시위를 정당화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과거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고령층이 주를 이루던 보수 집회의 양상이 젊은 남성 중심으로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 목격자들의 증언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경찰 집계에 따르면, 서부지법 폭력 난입 사건으로 체포된 90명 중 절반 이상인 46명(51%)이 2030세대였다. 이는 젊은층의 정치 참여가 과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특히 한남동 관저 주변에서는 일부 젊은 남성들이 스스로를 '백골단'이라 칭하며 대통령 체포 저지를 위한 집회를 벌이기도 했다.주목할 만한 점은 이들의 정보 습득 및 소통 방식이다. 한 31세 참가자의 증언에 따르면, 이들은 주류 언론 대신 디시인사이드와 같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뉴스를 접하고 의견을 교환한다. 심지어 'STOP THE STEAL'과 같은 구호도 커뮤니티 내부의 제안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이 확인되었다.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온라인 부족주의'의 한 형태로 분석하고 있다. 특정 정치 이데올로기에 동조하며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와 폐쇄적 커뮤니티 문화가 결합하여 극단적 성향으로 표출된다는 것이다. 고려대 김윤태 교수는 이를 SNS와 커뮤니티로 연결되는 새로운 형태의 조직화된 '부족주의' 현상으로 규정했다.젠더 갈등 또한 이러한 현상의 주요 동인으로 지목된다. 성균관대 구정우 교수는 탄핵 찬성 집회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던 20대 여성들에 대한 경계심과 반발감이 현재의 과격 시위의 한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해 탄핵 집회에서 케이팝 응원봉을 든 젊은 여성들의 대거 참여는 일부 남성들의 반감을 불러일으켰다는 평가다.그러나 이러한 극단적 행동이 전체 젊은 층의 성향을 대변하지는 않는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한 20대는 대다수의 젊은이들이 극단적인 콘텐츠를 스스로 걸러내며, 주류 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얻는다고 증언했지만, 과격시위를 주도한 신남성연대 구독자 수가 79만3천 명이나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믿기 힘들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 "1억의 침묵" 11년간 양육비 외면한 아버지, 결국 법의 심판
2012년 네 살배기 아이에게 아버지는 세상 전부였다. 하지만 그 해 부모의 이혼으로 아이는 세상의 반쪽을 잃었고, 아버지는 약속 하나를 남겼다. "매달 100만 원씩 양육비를 보내줄게" 아이의 미래를 위한 최소한의 책임이자, 부모로서 마지막 양심의 발로였다.그러나 아버지의 약속은 잉크도 마르기 전에 허공에 흩어졌다. 11년이라는 시간 동안 아이에게 전해진 것은 침묵과 무관심뿐이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훌쩍 자라 중학생이 되는 동안에도 아버지는 양육비는커녕 안부조차 묻지 않았다. 1억 원이 넘는 양육비는 아이의 웃음을 앗아간 채, 홀로 남은 엄마의 어깨를 짓누르는 무거운 짐이 되었다. 참다못한 엄마는 결국 법의 힘을 빌리기로 결심했다. 2022년, 법원은 A씨에게 5000만 원을 50개월 동안 분할하여 지급하라는 이행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A씨는 법원의 명령마저 무시했다. "법대로 하라"는 듯 뻔뻔한 태도로 일관했다. 결국 법원은 양육비 지급을 강제하기 위해 A씨에게 감치 명령을 내렸다. 감치는 일정 기간 구금하는 제재 조치이지만, A씨에게는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그는 감치 처분 이후에도 양육비 지급을 거부하며 법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다.결국 A씨의 무책임한 행동은 법의 심판대에 올랐다. 20일 울산지법 형사9단독 이주황 판사는 양육비 이행 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재판 과정에서 뒤늦게나마 전처에게 양육비 5200만 원을 지급한 점을 고려하여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이번 판결은 단순한 양육비 분쟁을 넘어, 한 아이의 삶과 미래가 걸린 문제였다. 양육비 미지급은 단순한 채무 불이행이 아닌, 아이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경제적 살인'이나 다름없다. 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양육비 이행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법원이 양육비 지급 의무를 회피하는 행위에 대해 엄중히 대처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 '10일 휴가 주는 신의 직장 vs 5일도 못 쉬는 흙수저 회사' 설 연휴 양극화 실태
한국경영자총협회가 19일 발표한 '2025년 설 휴무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설 연휴 운영 방식과 경기 전망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전국 5인 이상 602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조사에서, 기업들은 대체로 보수적인 경영 기조를 보이면서도 직원들의 휴식권은 보장하려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올해 설 연휴는 25일 토요일부터 30일까지 공식적으로 이어지며, 주말(25~26일)과 임시공휴일(27일), 그리고 설 본연의 공휴일(28~30일)을 포함한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기업의 45%가 이 6일간의 연휴를 그대로 준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만한 점은 9일 이상 장기 휴가를 부여하는 기업이 22.1%에 달했으며, 심지어 10일 이상의 파격적인 휴가를 제공하는 기업도 0.7% 존재했다.기업 규모에 따른 휴무 격차도 뚜렷했다. 300인 이상 대기업의 경우 42.2%가 7일 이상의 휴무를 부여한다고 답한 반면, 300인 미만 중소기업은 28.5%에 그쳤다. 반대로 5일 이하의 상대적으로 짧은 휴무는 중소기업(26.2%)이 대기업(15.6%)보다 높은 비중을 보였다. 이는 기업 규모에 따른 복리후생의 양극화 현상을 여실히 보여주는 결과다.설 상여금 지급 현황도 주목할 만하다. 올해 설 상여금 지급 계획이 있다고 답한 기업은 62.4%로, 전년(64.5%) 대비 2.1%p 감소했다. 여기서도 기업 규모별 격차가 두드러졌는데, 300인 이상 대기업의 상여금 지급 비율이 78.8%로, 300인 미만 중소기업(60.3%)을 크게 앞섰다.상여금 지급 방식을 살펴보면, '정기상여금으로만 지급'이 65.7%로 가장 높았고, '별도상여금만 지급'이 24.4%, '정기상여금과 별도상여금 동시 지급'이 9.8%를 차지했다. 특히 별도 설 상여금의 경우, 대다수 기업(81.7%)이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다고 답했으며, 증액 계획이 있는 기업은 14.2%, 감액 계획이 있는 기업은 4.2%에 불과했다.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설 경기 전망이다. 올해 설 경기가 전년보다 악화됐다고 응답한 기업이 60.5%에 달해, 최근 5년(2021~2025년) 중 가장 비관적인 전망을 보였다. 반면 경기 개선을 체감한다는 기업은 고작 4.4%에 그쳐 역시 5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응답은 35.2%였다. 이러한 결과는 국내 기업들이 체감하는 경제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수준임을 시사한다.